박범계 '긴급체포, 檢 승인 폐지안' 발의…검찰 "인권보호, 과거로 회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경찰이 긴급체포를 했을 때 검찰의 사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이 여권 내에서 추진되면서 검찰에 비상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8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하면서다.
판사 출신인 박 의원은 19대 국회부터 검찰을 관할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고, 특히 20대 국회에서는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다. 여권의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로 여겨진다. 실제로 이날 박 의원의 발의에 동료 의원 40여명이 동의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박 의원의 형소법 개정안에 이렇다 할 반박 입장을 내지 못하면서도 개정안이 현실화할 경우 발생할 파급력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8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의원의 형소법 개정안 발의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의 자의적 체포행위를 견제할 수단이 없어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포함해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되는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 중 또는 도망갈 우려가 있을 때 경찰이 법원의 영장없이 48시간 동안 체포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체포 즉시 검사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통제 장치를 두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이 같은 검찰의 통제장치 조항을 삭제, 경찰이 48시간 동안 검찰의 간섭없이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개정안은 또 경찰이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체포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은 체포의 필요성을 따지지 않고 법원에 영장발부를 청구하도록 했다.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절차상 적법했는지만 따지도록 하는 형식적인 통제 절차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검찰에만 부여된 영장청구 권한을 최소화해 경찰의 수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일반 시민의 인권보호에는 소홀한 조항이 아니냐는 불만이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권한을 약화시켜 인권보호를 후퇴시킨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경찰의 긴급체포에 대한 사후승인 권한과 체포영장 신청에 대한 심사권한은 자유당 시절 '무소불위'의 경찰권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도 좋지만 인권보호 수준을 과거로 회귀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1987년 6·10 항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도 경찰의 수사를 검찰이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어서 마련된 것"이라며 "'준 사법기관'으로 불리는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견제하게 한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