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불나면 향수·디퓨저가 불씨 키운다

입력 2018-01-09 06:00  

대형마트에 불나면 향수·디퓨저가 불씨 키운다
서울시, 생활화학제품 위험물 판정실험…"화재 취약제품 분리 진열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불이 나면 향수, 디퓨저, 손 소독제 등의 제품이 불씨를 키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화재에 취약한 이들 제품을 일반 제품과 분리해서 진열하는 것이 좋다고 8일 권고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지난해 8∼11월 서울시 내 대규모점포 98곳에서 판매하는 화재 취약 생활화학제품 604종에 대한 위험물 판정실험을 한 결과다.
화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활화학제품의 화재 위험성 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생활화학제품 604종 가운데 51.5%(311종)에 인화·발화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제품은 손 소독제, 향수, 매니큐어, 리무버, 헤어 오일, 방향제, 차량 연료 첨가제 등이다.
인화성이 있는 311종 가운데 인화점(불꽃에 의해 불이 붙는 가장 낮은 온도)이 40℃ 이하인 고위험군은 195종이었다. 화장품(37.4%)과 방향제(28.2%) 중 고위험군 제품이 많았다.
이들 제품의 최저 인화점은 ▲ 손 소독제 20℃ ▲ 향수 16℃ ▲ 디퓨저 17℃ ▲ 매니큐어 10℃ ▲ 차량 연료 첨가제 14℃ 등이었다. 매니큐어의 경우 실내온도가 10℃ 정도로 낮을 때도 불씨를 갖다 대면 금방 불이 붙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백화점, 대형마트에서 화재 취약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무분별하게 섞어 판매하고 있다"며 "이런 점포에서 사소한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하면 불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방재난본부는 "위험물로 확인된 제품은 별도의 구역을 설정한 뒤 분리 판매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위험물 저장·취급소를 설치하고 위험물 안전관리자 선임하도록 하는 등 '대규모 점포 화재위험 물품 안전관리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관련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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