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UC버클리 연구진 성과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에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미국 연구진이 세균으로 청바지 염색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청바지를 파랗게 물들이는 염료인 '인디고'(indigo)는 지금껏 석유화학 물질을 이용해 합성해왔는데, 이런 합성법을 대체할 길이 열린 것이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진은 식물의 유전자를 도입한 대장균을 이용한 새로운 인디고 염색법을 찾았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에 실렸다.
인디고는 이미 6천 년 전부터 이용됐다고 알려진 염료다.
'청바지 염료'로 유명한 인디고는 식물인 '쪽'(Polygonum tinctorium)에서 추출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석유화학 물질을 이용해 합성해낸다.
화학 합성법을 이용하면 염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염색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 등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수'를 자연에서 찾았다.
쪽은 인디고의 원료를 생산하는 동시에, 이 원료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이는 특정 효소(UGT)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 효소는 인디고의 전 단계 물질(전구체)인 '인독실'(indoxyl)을 '인디칸'(indican)으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
연구진이 인독실을 만들 수 있는 대장균에 효소 유전자를 넣어주자, 대장균은 실제로 인독실을 인디칸으로 바꿔 배양액으로 방출했다.
24시간이 지난 뒤 배양액으로 나온 인디칸은 배양액 1ℓ당 1.1g 정도였다.
연구진은 배양액에 있는 인디칸을 다른 효소(BGL)로 처리한 뒤 천을 염색했다. 그 결과 인디고가 착색돼, 천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석유화학물질로 만든 인디고는 염색하려면 물에 녹이기 위해 환원제를 써야 하지만, 대장균 염색법으로는 이 과정도 필요하지 않다.
이번 연구처럼 외부 유전자를 도입해, 생물에 새 기능을 부여하는 학문 분야를 '합성생물학'이라고 부른다.
국내 합성생물학 전문가인 최인걸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환경친화적인 인디고 염색 방법을 찾았다는 것에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용화하려면 원료와 효소 생산 단가를 낮춰야 하겠지만, '바이오 인디고 청바지' 등 친환경제품을 찾는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생산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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