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민 메신저' 텔레그램 차단 9일째…장기화 조짐

입력 2018-01-08 18:45  

이란 '국민 메신저' 텔레그램 차단 9일째…장기화 조짐
텔레그램 차단으로 인터넷 비즈니스 차질
이란 "텔레그램이 이란 요구 수용해야 해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국민의 절반인 4천만명이 가입된 것으로 알려진 메신저 앱 텔레그램이 8일(현지시간) 오전까지 9일째 차단됐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28일 시작된 전국적인 반정부·반기득권 시위를 막으려고 지난달 31일 텔레그램을 차단했다. 텔레그램이 당시 시위 상황을 공유하고 개최 시간과 장소를 전파하는 데 쓰였기 때문이다.
이란에서는 현재 PC와 스마트폰으로 텔레그램을 쓰려면 가상사설망(VPN)을 실행해야 한다. 텔레그램과 함께 차단됐던 인스타그램은 5일 재개됐다.
현재 시위·소요는 잦아들었지만 이란 당국은 여전히 텔레그램을 불허한다. 텔레그램 차단이 계속되자 비판 여론이 솔솔 제기되고 있다.
레자 올팟 나삽 이란 인터넷사업협회 사무총장은 "이란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영업하는 업자가 20만 명에 달한다"며 "텔레그램이 차단돼 이들이 손해를 볼 뿐 아니라 창업 기회도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에서도 음식 배달, 콜택시, 부동산, 각종 상품, 광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텔레그램이 이용된다.
이란 ISNA통신은 텔레그램이 차단되면서 일자리 50만개가 영향받았다고 보도했다.
솔마즈 사데그니아 이란 e-비즈니스협회장은 "많은 재택 사업자나 작은 업체들이 텔레그램을 이용해 영업한다"면서 "특히 (외부활동이 제약된) 여성이 집에서 운영하는 회사가 큰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개혁성향의 의회 의원인 아흐마드 헤타미는 "텔레그램을 장기간 차단하는 정책은 이란 전체에도 좋지 않다"면서 "국민이 표현하고 불만과 요구를 털어놓는 통로를 막으면 결과적으로 역효과만 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텔레그램 차단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베흐루즈 네타미 이란 의회 의장단 대변인은 7일 "텔레그램 차단은 국가 안보를 위한 결정으로, 텔레그램 측이 이란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서비스를 재개할 것"이라며 "이란 정보통신부가 이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달 말 텔레그램에 이란의 체제를 반대하는 채널, 허위 뉴스를 전파하는 채널을 차단하라고 요구했다. 텔레그램은 이를 거부했다.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가 '세다이에 마르돔'(민중의 소리) 채널과 다른 평화로운 시위 채널을 차단하라는 (이란 정부의) 요구를 거절했더니 이란인 과반이 쓰는 텔레그램을 이란 당국이 막아버렸다"는 글을 올렸다.
이란은 2009년 반정부 시위 이후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을 차단했지만 텔레그램과 인스타그램은 허용했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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