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준비기일서 "혐의 다툴 것"…'불법사찰' 禹 사건과 일단 병합 않기로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서 국가정보원의 각종 정치공작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측이 "(불법행위에) 공모한 적이 없어 혐의에 대해 다툴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추 전 국장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나상용 부장판사) 심리로 9일 열린 국정원법상 불법 정치관여 및 직권남용 혐의 사건의 공판준비기일에서 이같이 밝혔다.
추 전 국장 측 변호인은 "불법사찰 관련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 공모관계, 기능적 행위지배, 구성요건 해당성, 고의 등이 없다는 이유로 다툴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법사찰 혐의에 대해선 아직 다 검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다음 기일에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을 추 전 국장과 공모해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사건과 당장 병합하지는 않기로 했다.
재판부는 "추명호 관련 공소사실이 우병우와 관련되지 않은 부분도 상당히 많아서 당장 병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병합 전에 공모로 기소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심리를 먼저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전 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국익정보국 팀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반값 등록금을 주장한 박원순 서울시장 등 당시 야권 정치인 비난 여론을 조성하고, 퇴출 대상으로 지목한 연예인들을 방송에서 하차시키거나 소속 기획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유도한 혐의 등으로 작년 11월 구속기소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익정보국장으로 승진한 후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으로 분류한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들을 견제하는 공작을 기획·실행한 혐의도 있다.
또 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위원회 조직위원장 등 공직자 및 민간인을 불법사찰하고 그 결과를 우 전 수석에게 몰래 보고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30일 한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더 열고 다음 달 말부터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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