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비밀 군사 MOU' 등 논란은 불씨 남아
칼둔 청장, 양국관계 결혼생활에 비유…"안 좋은 때도 있지만 극복해가는 것"
차관급 '2+2 대화채널' 가동…靑 "신뢰 바탕 다양한 테이블로 관계 구축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박경준 기자 =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아랍에미리트(UAE) 칼둔 칼리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9일 회동은 한·UAE 관계의 틀을 근본적으로 '격상'시키는 주춧돌을 놓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대형 원전 수주를 계기로 맺어졌던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포괄적·전면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양국 정부 '실세'들 간에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특히 에너지와 환경, 관광 분야로 협력의 외연을 넓히고 외교·경제장관 간 소통 채널을 강화한 것은 가시적 관계개선 조치로 평가된다.
3시간 20분간 '마라톤'식으로 진행된 이번 회동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각종 갈등설과는 달리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칼둔 청장이 왕세제로부터 아주 실용적으로 대화에 임하라는 지침을 받고 왔다고 하자, 임 실장은 우리 대통령 지시와 똑같다고 했다"며 "정말 화기애애하고 좋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회동은 오전 11시 10분에 시작해 오후 1시에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예정시간을 1시간 30분 초과해 오후 2시 30분에 마무리됐다.
무려 200분간 진행된 이번 회동은 2009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UAE를 방문했을 당시 맺었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포괄적·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성과를 끌어냈다.
또 임 실장과 칼둔 청장 간 고위급 소통채널은 물론, 기존 외교장관 간 전략대화, 우리 경제부총리와 UAE 경제부 장관 간 경제공동위원회 등 협의채널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이어 칼둔 청장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의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무함마드 왕세제의 친서를 전달했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친서를 통해 문 대통령의 UAE 방문을 요청했으며, 문 대통령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이 수주해 UAE 현지에서 건설 중인 바라카 원전 1호기가 완공되는 연말께 UAE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무함마드 왕세제가 그보다 이른 시기에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되도록 이른 시일 내 UAE를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이날 회동에서 그동안 제기돼온 지난 정부에서의 군사협력 문제가 일정 수준으로나마 논의된 점이다.
다만, 갈등설의 진원지가 된 이 부분은 전체 대화에서 의미있는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심이 집중된 의혹들에 대한 대화는 아주 짧았고, 다양한 미래 관계를 이야기했다"고 밝힌 뒤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은 외교적 용어를 쓰지 않고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많은 협력관계를 이야기했다. 언론과 국회에서 관심을 가진 문제는 대화 중 그리 많이 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국이 '2+2 대화 채널'을 신설하기로 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2+2 대화'는 통상 동맹국 사이에서 이뤄지는 외교·국방 장관 논의 채널을 의미한다. 다만, 한·UAE 간 '2+2' 대화는 차관급 채널이 가동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그동안 의혹이 제기된 UAE와의 군사협력 문제를 '2+2 대화채널'에서 논의하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 국민이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군사협정이나 협약이 있었나. 또 2+2 전략대화에서 이를 수정하기로 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며 "답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2+2 전략대화 단위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 결실이고, 거기서 현안을 통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양국관계의 우의를 진하게 확인했다는 것이 성과"라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회동은 전체적으로 미래지향적 발전에 초점을 맞추면서 군사협력 문제 등 일부 갈등요소를 '봉합'하고 넘어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미래지향적 관계를 한 보따리로 풀어 말했기 때문에 과거 문제가 해소됐다고 본다"면서도 "시각에 따라서 이를 봉합이라고 쓸 수도 있고 해소라고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도 말했듯이 봉인이라고 하는 것이 완전히 덮고 끝이라고 하는 의미도 있지만,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를 논의해 보는 것도 봉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칼둔 청장도 양국관계를 '결혼'에 비유, "결혼생활은 항상 좋을 수만은 없고 안 좋을 때도 있다. 안 좋은 도전을 극복하고 화합해서 가는 것"이라고 일정한 갈등과 이견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아랍의 속담에는 좋지 않은 어떤 것도 좋게 되도록 할 수 있다는 게 있다"고 관계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칼둔 청장이 언급한 '안 좋은 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간 현안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 아닌가. 그런 부분들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볼 때 양국은 칼둔 청장의 방한을 계기로 마련된 다양한 소통과 대화채널을 전방위적으로 가동하며 협력관계를 다차원적으로 끌고 나가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이 이제 신뢰를 쌓아서 변수 없이 가려고 하는 단계"라며 "소통과 공개의 원칙을 지키며 다양한 테이블을 통해 관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이 이처럼 전면적으로 관계를 격상시키는 데 합의함으로써 그동안 정치권에서 제기돼온 각종 의혹과 추측들은 상당 부분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밀 군사 양해각서(MOU) 체결설' 등 정치권이 의혹을 제기하는 양국 간 군사협력의 내용이 제대로 공개돼있지 않아 추후 또다시 논란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UAE를 세 번 다녀오면서 자신이 책임지기로 하고 비공개 군사 MOU를 체결했다고 밝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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