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귀국 직후 넥센과 연봉 15억원에 계약서 사인
"52번 넥센 유니폼 다시 받고 편안한 기분 느꼈다"
미국 도전할 후배에게 "한국서 하던 대로 그곳에서 하길"
(영종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KBO리그 홈런왕 박병호(32)가 2년 만에 다시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박병호는 9일 오후 인천 영종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서 열린 넥센 입단 환영식과 기자회견에서 고형욱 단장이 전달한 넥센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박병호는 곧바로 호텔로 이동해 행사에 참석했다.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박병호는 2018년 연봉계약서에 사인하며 공식적으로 친정 넥센에 복귀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활약한 박병호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구단에 공식으로 방출을 요청했다.
넥센 구단은 발 빠르게 움직여 박병호와 연봉 15억원에 합의했고 이날 사인까지 마쳤다.
장정석 감독과 선수단 주장 서건창은 박병호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기념 촬영을 했다.
미국에서 심하게 마음고생을 했던 박병호는 넥센 유니폼을 입은 뒤 고향에 돌아온 듯 편하게 미소를 지었다.
박병호는 "좋은 성적을 얻은 것도 아니지만, 성대한 환영식으로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이장석 대표님과 관계자께 감사드린다. 2년 전 큰 목표를 가지고 미국으로 떠났다. 첫해에는 다쳤고, 작년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고도 마이너리그에서 시간을 보냈다.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시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도록 노력했지만, 마지막까지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이장석 대표께서 '넥센에 와서 다시 뛰어라'고 말씀하셨을 때 한국 복귀를 결심했다. 이왕 넥센에 돌아왔으니, 다시 한 번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래는 박병호와 일문일답이다.
-- 미국에서 2년을 자평한다면.
▲ 한국에서 보지 못한 좋은 선수 많이 만났다. 야구선수로 더 좋은 선수와 만나보고 싶어서 미국에 도전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세계에 좋은 선수가 많다는 걸 느꼈다. 대결해본 게 내게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 미국에서 본인에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 작년에 스프링캠프 때까지 좋았고, 마이너리그에서 시즌 시작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기회가 올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초반에 당한 부상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편하게 해야 했다. 자신감을 잃고 힘들게 생활한 게 아쉽다.
-- 기회가 적은 게 아쉽지는 않았는가.
▲ 시범경기 성적이 좋았고, 마지막 날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4월에 금방 올라올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감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게 다쳤다. 이후 타격감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런 시간이 오래 이어졌다. 기회를 받을 시기가 몇 번 왔을 때 다른 선수가 선택되며 많이 아쉬움을 느꼈다.
-- 미국에서 가장 특별한 부분이 있었다면.
▲ 투수를 예로 들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는 선수가 즐비한 곳이다. 야구 외적인 환경도 선수가 뛰어보고 싶은 좋은 환경이다.
-- KBO리그 복귀를 결심한 계기는.
▲ 마이너리그에서 시즌 끝났을 때만 해도 계약 기간 남아서 재도전하려 했다. 마이너리그 생활이 창피하지만, 많이 힘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이장석 대표님 전화를 받았다. 바로 답변은 못 드렸다. 즐겁게 야구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런(복귀) 선택을 했다.
--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는 하늘과 땅 차이다. 식사나 숙소 등 모든 환경이 그렇다.
-- (고척) 돔구장에서 뛰게 됐다.
▲ 많이 궁금하다. 프리미어 12 대회를 앞두고 쿠바팀과 경기했던 게 (고척돔에서의) 처음이다. 캠프 다녀와서 빨리 적응해야 할 것 같다.
-- 52번 넥센 유니폼 받았을 때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다.
▲ 들어오면서 넥센 관계자분들 뵙고, 서건창 선수도 봤다. 기뻤다. 유니폼 받을 때도 편안한 마음 들었다. 다시 한 번 즐겁게, 열심히 야구장에서 뛰어다니겠다.
-- 2년 전과 비교해서 장점과 약점 등을 꼽아 달라.
▲ 솔직히 저도 어떤 성적을 낼지 모르겠다. 2년 동안 KBO리그를 뛰지 않았다는 것에 걱정도 된다. 하지만 다른 팀이 아닌 넥센에 복귀해서 금방 적응할 거라 믿는다. 김현수, 황재균 선수도 한국으로 복귀하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김현수는 저보다 낫다. 황재균과 저는 좋은 성적을 못 냈다. 좋은 얘기는 듣기 어려울 것 같다. 저희가 선택한 길이다.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팬들이 좋아하실 거로 생각한다.
-- 2년 동안 넥센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박병호에 대한 기대도 크다.
▲ 많은 선수가 세대교체 된 거로 안다. 제가 생각해도 어린 선수가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한다. 팀 컬러도 바뀌었다. 작년 넥센 성적은 안 좋았지만, 좋은 선수가 많다. 저도 합류해서 작년보다 나은 공격력 나오도록 하겠다. 제 역할은 정해져 있다. 앞에 선수들이 잘 준비해주고 기회 준다면 많은 타점 내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
--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 조건만 맞는다면 한국에서 계속 도전할 거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응원한다. 선수 본인의 선택이고, 꿈이 있어서 도전하는 거다. 한국에서 하던 그대로 미국에서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어떤 각오로 이번 시즌을 맞이할 것인가.
▲ 미국에 있는 2년 동안 많은 경기에 뛰지 못했다. 부상도 있었다. 2011년 넥센 트레이드 후 2012년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잡았다. 2018년에도 전 경기 출전하며 제가 못했던 야구를 넥센에서 마음껏 펼치고 싶다.
-- 팬들 기대는 토종 홈런왕의 복귀다.
▲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안다. 한국야구에서 최정(SK 와이번스) 선수가 외국인 선수에게 지지 않으려고 많은 홈런을 친 것도 안다. 올해는 거기에 합류해서 많은 홈런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드리겠다. 홈런 목표 개수는 없다.
-- 2011년 처음 넥센 왔을 때와 지금 차이가 있다면.
▲ 처음 트레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2011년에는 긴장도 많이 했다. 지금은 정말 집에 돌아온 것 같다. 너무 편한 마음으로 돌아오게 됐다. 다시 넥센 선수 만나고 훈련해도 금방 적응할 것 같다.
-- 이승엽의 통산 홈런에 대한 생각은.
▲ 자세히는 못 봤다. 이승엽 선배는 자기 기록 꼭 깼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승엽 선배가 제게 말 거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은퇴하셔서 아쉽다. 제가 이승엽 선배를 뛰어넘지는 못하지만, 선배가 만들어 놓은 홈런 부분 (기록에 대해) 따라가고 싶다.
-- 미국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 메이저리그 생활 처음 시작했을 때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가 행복했다.
-- 넥센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각오가 있다면.
▲ 넥센이 많이 젊어졌다. 팀 분위기를 사실 잘 모른다. 캠프 때부터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후배들과 관계에서 잘 챙기면서 이야기도 많이 들어줄 거다. 경기할 때는 서건창 주장을 많이 도와주겠다.
-- 미국의 훈련에 다른 점이 있다면.
▲ 넥센 트레이닝 파트가 정말 잘했다. 미네소타 트윈스에서도 훈련 프로그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신 민첩성 운동은 많이 하더라. 꾸준히 할 생각이다.
-- 팬들께 한마디 한다면.
▲ 2년 전에 큰 꿈을 가지고 미국야구에 도전한다고 하셨을 때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셨다. 돌아와서 많이 실망도 하시고, 그렇게까지 환영받으며 복귀하는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가 선택했기 때문에 모두 받아들인다. 올해부터는 넥센의 좋은 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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