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성화 이달 13∼15일 서울 거쳐
서울올림픽 땐 63빌딩·서울시청 앞이 '성화' 명소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가 13일 서울에 입성한다. 서울에서 올림픽 성화가 봉송되는 것은 19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평창올림픽 성화는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 매직 스페이스에서 출발해 동대문, 용산, 광화문, 잠실종합운동장 등을 거친다.
2018년 서울의 성화 맞이 행사는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지지만 1988년 '성화 명소'는 서울시청 앞과 여의도 63빌딩이었다. 당시 흔적을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1988년 8월 27일 제주에 상륙한 성화가 서울에 들어온 것은 올림픽 개막 전날인 9월 16일이었다.
성화는 시민들의 환호 속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성화대에 안치됐다. 민속놀이, 전통무용 등 성화맞이 행사가 한바탕 이어진 후였다.
성화 안치는 김용래 당시 서울시장이 했다. 그는 올림픽조직위원회 단장 자격으로 그리스 현지에서 직접 채화를 인수해오기도 했다.
서울시청 앞에서 개막 전야 하룻밤 동안 타오른 성화는 다음 날 잠실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성화가 떠난 뒤에도 시민들은 시청 앞 성화대를 찾았다. 30년 전의 그 성화대는 현재 서울올림픽기념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서울올림픽 당시엔 '공식 성화' 이외에도 63빌딩 옥상에서 타오르던 대형 성화가 시민들의 눈길을 끌어모았다.
올림픽을 맞아 63빌딩 옥상에는 높이 8m, 직경 5.5m짜리 초대형 성화대가 설치됐다. 도시 가스선을 264m 높이의 옥상까지 끌어올려 밝힌 성화였다.
이 성화대 설치를 위한 건설비가 당시 돈으로 6억7천여만원이었다. 잠실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성화대 건설비 3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LNG 연료비는 하루에 840만원꼴. 63빌딩 성화는 서울올림픽 개막일인 1988년 9월 17일 낮 12시 30분 메인 스타디움 성화와 동시에 점화돼 올림픽이 폐막할 때까지 서울 하늘을 밝혔다. 총 연료비로만 1억4천만원이 들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1988년보다 2.9배가량 오른 점을 고려하면 63빌딩 성화는 지금 돈으로 23억∼24억원이 소요된 대형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63빌딩 꼭대기에 성화를 점화하기에 앞서 사전 행사로 빌딩 30층에서 37층 사이에 레이저를 쏴 올림픽엠블럼, 하회탈, 탑, 석굴암 등을 새기기도 했다. 가로 50m, 새로 70m의 레이저 스크린은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88올림픽 당시 언론 기사를 보면 서울시는 "인류의 축제인 올림픽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열기를 북돋우고 축제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누구나 함께 볼 수 있는 63빌딩 옥상에 대형 성화대를 만들 계획을 세우게 됐다"며 "이 성화대는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철거하지 않고 주요 체육행사, 국경일 등에 불을 밝히는 등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후 성화대는 옥상에서 1층으로 자리를 옮겨 전시되고 있다.
63빌딩을 방문하면 한강 변과 마주한 야외 테라스에 1988년 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와 엠블럼이 새겨진 성화대를 볼 수 있다.
한동안 동양 최대 건물로 위세를 떨친 63빌딩이 지어지게 된 데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1980년 2월 착공해 1985년 완공된 63빌딩은 신동아그룹이 지었으나, 2002년 한화그룹이 신동아그룹의 대한생명과 63빌딩을 모두 인수하며 한화에 속하게 됐다.
대한생명이 서울시에 처음 제출한 건축허가 내용은 지상 14층, 지하 1층짜리 평범한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림픽 유치를 희망한 전두환 정권은 일본에 60층짜리 고층 빌딩이 신축되는 것을 보고 대한생명에 동양 최고 빌딩을 지을 것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