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재정에 내년 총선도 어렵게 돼…여당 독주 계속될 듯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총리를 비판하는 캠페인을 벌였던 헝가리 야당에 거액의 과징금이 확정됐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헝가리 제1야당인 요빅은 지난해 오르반 빅토르 총리를 비판하는 포스터, 간판을 전국에 설치했는데 감사원은 정상가보다 싸게 광고판을 임대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며 지난달 6억6천300만 포린트(한화 27억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요빅은 내년 4월 총선 때문에 당을 옥죄려는 시도라며 반발했고 지지자들은 시위에 나섰지만 3억3천166만 포린트(13억6만원)의 과징금이 확정됐다.
2010년 의회에 진출한 요빅은 극우성향의 민족주의 정당이었다가 기반 확대를 위해 노선을 우파 쪽으로 수정했다.
2016년 11월에는 투자와 이민을 연결지어 중국, 러시아, 중동의 부자에게만 이민을 허용하는 법안이 2표가 부족해 부결됐는데 이민, 난민 문제에서 우군이었던 요빅이 여당의 발목을 잡았다.
요빅은 정부가 '더러운 사업'을 하고 있다며 오르반 총리를 공격했다.
옥외광고가 야당의 정부 비판 수단으로 활용되자 헝가리 정부는 지난해 5월 옥외광고판 소유주가 정당에 임대료를 할인해주면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만들었다.
요빅에 낮은 가격에 광고판을 임대한 사업가는 오르반 총리의 지원 아래 기업을 키웠다가 사이가 틀어지면서 요빅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 감사원은 15일 이내에 과징금을 납부해야 한다며 이번 처분은 정치적 배경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연간 정당보조금의 3분의 2에 이르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물게 된 요빅은 전직 여당 의원이 이끄는 감사원이 군사재판을 한다며 반발했다.
헝가리 의회는 여당 피데스가 전체 199석 중 133석을 차지하고 있다.
요빅은 의석수가 23석이지만 사민당이 몰락한 의회에서 조직력을 갖춘 거의 유일한 야당이었는데 과징금 폭탄으로 내년 총선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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