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 교훈 잊지마라'…美전문가 "레이건모델 벤치마킹"

입력 2018-01-10 01:34  

'88올림픽 교훈 잊지마라'…美전문가 "레이건모델 벤치마킹"
"평창동계올림픽 기회 살리지 못하면 창 닫힐 것"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해빙국면이 조성될지 관심을 끄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년 전 서울 올림픽 개최를 매개로 북미 관계개선에 나섰던 로널드 레이건 정부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무부 정보조사국 북한정보분석관을 지낸 로버트 칼린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 연구원과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공동 설립자인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8일(현지시간) 미 시사지 애틀랜틱에 기고한 '올림픽이 북한 위기를 얼마나 완화할 것인가'라는 글을 통해 1988년의 서울 올림픽과 2018년의 평창동계올림픽 전후의 상황을 비교하며 이 같은 안을 내놨다.
이들은 두 올림픽 사이에 20년의 시간 간극이 있으나 "워싱턴과 서울이 서로 전략을 조정, 대치에서 대화로 전환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 두드러진 공통점"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탑승자 115명 전원이 사망한 1987년 북한의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등의 여파로 북한의 서울올림픽 방해공작 우려가 국제적으로 대두, 먹구름이 끼게 되자 노태우 정권이 '올림픽이 문제없이 시작되면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채택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에 대한 지원과 북한 고립에 집중해오던 레이건 행정부도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는 유일한 길은 북한에 다가가는 것이라는 상황 판단에 따라 대북 고립정책을 완화하기 위한 '관여' 쪽으로 정책을 변화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와 논의하기 시작했고 이는 한국의 대북정책 변화에도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이들이 기밀해제 된 미정부문서와 전직 관료들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이른바 '신중한 방안'이라고 명명된 레이건 행정부의 대북 개방 정책은 북한의 상호호혜적 조치에 의존하지 않는 대신 ▲ 북한 정권이 올림픽을 방해하지 않을 경우 비공식적·비정부 차원의 북 주민 미국 방문 장려 ▲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에 대한 재정 규제 완화 ▲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물자 수출 제한적 허용 ▲ 미 국무부 관리와 북한 외교관의 실질적 대화 허용 등 4가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실제 서울 올림픽이 큰 혼란 없이 마무리되자 레이건 행정부는 이들 조치를 실행에 옮겼고, 이에 더해 ▲ 남북 간 대화의 가시적 진전 ▲ 한국전쟁 후 북에 있는 미 실종자 송환 ▲ 반미 선전전 중단 ▲ 비무장지대(DMZ) 주변의 신뢰 구축 조치 실행 ▲ 테러리즘을 포기했다는 믿을만한 확증 제시 등 5대 사항에 대한 북한 측의 긍정적 반응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고 글에서 레이건 행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1992년 조지 H. W. 부시 행정부 시절 아널드 캔터 국무부 차관과 김용순 북한 노동당 비서 간 역사적 '캔터-김용순 회담', 나아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1994년 제네바 북미 합의의 기초를 쌓는 한편 1990년대 초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 양자 간 합의 도달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출발점으로써 트럼프 행정부도 '레이건 각본'을 따를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 간 연합군사훈련 연기 합의 및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직접 대화 가능성 언급 등이 유의미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북 제재를 통해 '최대의 압박'을 유지하더라도 나름대로 김정은에게 외교 문이 열려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유엔 및 비정부 기구들의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 해결과 유엔 주재 북한 외교관들의 뉴욕 반경 25마일 이상 통행 제한 조치 완화 등을 관계개선을 위한 실마리로 제안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내 스웨덴 외교관들을 통해 북 교도소에 있는 미국민 3명에 대한 접근권 부여, 군사회담 등 남북 대화 발전을 위한 북의 적극적 역할 수행, 생화학·핵무기 등을 포함하는 테러리즘 반대 공개적 선언 등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북측에 요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이러한 조치들이 북 핵·미사일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현 미국의 대북정책도 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평창 올림픽이 다시 한 번 시도의 기회를 줬다. 한미가 88올림픽 때의 교훈을 무시하면 창은 닫혀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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