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같은 반 여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하고 한 여학생의 얼굴에 화학약품을 튀게 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한 초등학교 남학생에게 강제전학 처분이 내려졌다가 취소되자 피해 학부모가 반발하고 있다.
10일 부산 A 초등학교와 피해 학부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A 초등학교는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 6학년 남학생 B군에 대해 강제전학, 특별교육 20시간 이수, 피해자에 대한 서면 사과 처분을 내렸다.
학폭위는 B군이 같은 반 여학생들의 신체 부위를 놀리거나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폭언을 상습적으로 한 것으로 파악했다.
학폭위는 또 B군이 지난해 11월 23일 미술 시간에 같은 반 C양의 얼굴에 화학약품을 튀게 하는 등의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했다.
C양의 부모는 "B군이 딸에게 '눈을 실명시키겠다'며 폭언을 했었는데 갑자기 화학약품을 얼굴에 뿌리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딸이 화장실에서 울면서 얼굴을 급히 씻었다"고 말했다.
C양은 B군이 아세톤을 고의로 얼굴에 뿌렸다고 학폭위에 진술했고, B군은 유리 세정제를 실수로 얼굴에 튀게 했다고 주장했다.
C양 부모는 진실을 밝혀달라며 B군을 경찰에 신고했다.
학폭위는 B군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한다며 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전학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학폭위 처분은 한 달도 안 돼 뒤집혔다.
B군 부모의 신청으로 부산시교육청에서 열린 재심에서 전학처분이 취소됐고 B군이 학급만 바꾸는 것으로 처분이 변경됐다.
재심 결정서에는 "전학처분보다 경한 징계로도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사유를 밝히고 있다.
피해 학부모는 반발한다.
C양의 부모는 "B군 전학이 취소되면서 두 달 뒤 B 군이 입학하게 될 남자 중학교와 딸이 입학할 여중이 매우 가까워져 딸이 보복 우려에 떨고 있다"면서 "전학처분이 취소되자 신고에 동참하려고 했었던 여학생 한 명은 신고를 포기했고 피해자인 우리가 오히려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려고 주소를 최근 옮긴 상황"이라고 전했다.
C양의 부모는 또 "졸업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반을 옮기는 조치만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재심 결정에 의문"이라면서 "전학처분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3㎞ 반경(학교폭력예방에 관한 법률 시행령 20조) 내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피해자 보호 취지에 맞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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