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방사성 물질 과다 노출"…현 대통령 "특위, 재조사하라"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이란 정부가 지난해 1월 갑작스럽게 사망한 개혁파의 '대부'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사인을 재조사한다.
가족들이 그의 몸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주장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라프산자니와 매우 가까운 하산 로하니 현 이란 대통령은 그의 사인 조사에 나섰던 최고국가안보위원회에 대해 조사를 다시 하라고 명령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그의 가족들의 말을 인용해 9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달 최고국가안보위는 라프산자니의 몸에서 허용치보다 10배 많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보고서를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라프산자니의 한 가족은 "가족들의 의견은 그가 피살됐으며 적어도 자연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가족들은 당국으로부터 라프산자니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시신 훼손을 원치 않으며 가급적 빨리 이슬람 전통방식에 따라 그를 매장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은 여전히 그의 사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그의 사인은 심장마비로 돼 있다.
의원을 지낸 딸 페아제 하셰미는 "가족 모두와 최고국가안보위 관계자들과의 면담이 있었다"면서 "여기에서 아버지의 몸에 허용치의 10배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사망 직후 조카들의 요청으로 당국이 병원에 안치돼 있던 그의 몸에서 혈액을 채취했으나 납득하기 힘든 상황에서 혈액 샘플이 사라졌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방사성 물질은 카테터를 이용한 검사에서 검출됐다.
당국은 그의 손자 등 가족 모두를 대상으로 혈액 샘플을 채취해 방사성 물질 피폭 조사에 나섰다.
라프산자니의 부인과 또 다른 딸의 경우 방사성 물질 검출량도 다른 사람들보다 많았다.
그의 시신은 고위 관리들이 이용하는 코우시크가든의 수영장에서 발견됐다.
그는 일주일에 한두 차례 수영장 시설을 이용했다.
사망 당시 그는 혼자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었고 경호원들은 수영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것.
그가 예정 시간을 넘겨 수영장 밖으로 나오지 않자 이를 이상히 여긴 경호원들이 수영장으로 들어가 숨져 있는 그를 발견했다.
라프산자니는 이란의 칭송받는 정치인 생존자 가운데 한 명으로 생존해 있다면 차기 지도자 선출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라프산자니는 1997년까지 연이어 두 차례 대통령직을 수행한 인물이다.
그의 가족들은 그의 사망 후 행동에 제약을 받았다.
페아제 하셰미는 출국금지조치를 당했다.
가족들은 당국이 라프산자니의 사무실에 있던 서류 뭉치를 가져갔다고 비난했다.
9일은 페르시아력(歷)으로 그가 숨진 지 꼭 1년 되는 날이다.
테헤란의 언론들은 전면에 라프산자니의 커다란 사진을 게재하고 추모했다.
이란 개혁파 미디어 '에테마드'는 "그는 우리의 목소리였다"고 했고 또 다른 매체는 "라프산자니 없는 1년이었다"고 전했다.
ky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