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9일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IT(정보통신) 박람회 'CES 2018'에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공들여 준비한 자율주행 관련 전시와 발표를 쏟아냈다.
하지만 수년 전과 달리 이제 '자율주행'이라는 미래가 거의 눈앞에 다가온 만큼 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 자체보다 자율주행 차, 커넥티드 카(정보통신 연계차량)를 활용해 인간이 경제·사회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이는 올해 CES의 주제가 '스마트시티의 미래(The Future of Smart Cities)'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 차가 가게·사무실·도우미…맞춤형 자율주행차 '봇물'
이번 CES에서 상당수 완성차, 부품업체들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맞춤·주문형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릴 미래 도시 개념을 제시했다.
도요타가 대표적이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 사장은 프레스 콘퍼런스를 통해 박스 모양의 차세대 자율주행 전기자동차(EV) 콘셉트카(양산 전 개발단계 차) '이 팔레트(e-Palette)'를 선보였다.
도요타는 단순히 '이 팔레트'라는 자율주행 전기차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 자율주행 차를 이용한 미래 '공유 경제·사회'를 그려냈다.
이 차는 주문(on demand)에 따라 차량공유, 소매 판매, 배달, 사무실 등 다양한 목적에 맞춰 제작, 활용될 수 있다.
하나의 이 팔레트를 아침에는 차량공유용, 오후에는 배달용 등으로 24시간 여러 용도로 나눠 쓸 수도 있고, 의료시설이나 공연 등이 필요하면 이 팔레트를 한자리에 모아 활용할 수도 있다.
사실상 차가 아닌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도요타는 미국 아마존·피자헛,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 일본 마쓰다 등과 함께 2020년대 초 본격적으로 실증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이다.
콘티넨털도 맞춤형 성인 2명이 탈 수 있는 소형 자율주행 전기차 '비'(BEE·Balanced Economcy and Ecology mobility concept)를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이어 다시 전시했다.
이 팔레트와 비슷하게 다양한 용도로 몇 대의 '비'를 합칠 수도, 스마트 기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불러 이용할 수도 있다.
'비'는 장애인과 노인 등을 태우고 내릴 수 있는 장치를 갖췄고, 바퀴 방향이 자유로워 도심 주정차 환경에도 최적화됐다.
혼다 역시 소형 자율주행 모빌리티 '3E-C18'과 '3E-D18' 등을 소개했다. 전시장 현장에서 혼다는 등산객이 스마트워치로 멀리 떨어진 '3E-D18'를 호출하고, 스스로 길을 찾아 주인에게 온 '3E-D18'이 짐을 대신 지고 주인을 따라가는 실제 동영상을 상영했다.
혼다는 이들 소형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레저용은 물론 화재 진압, 건설 등의 부문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자율주행 시대 확 바뀐 운전석…심박 수·뇌파 읽어
이번 CES 자동차 부문의 또 다른 특징은 차량이 운전자와 어떻게 더 빠르게 소통하고 각종 편의 사항을 제공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기술, 이른바 첨단 'HMI'(Human-Machine Interface) 기술이 대거 소개됐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는 운전자와 차량이 긴밀하게 상호 작용하는 '인텔리전트 퍼스널 콕핏(지능형 개인맞춤 운전석)'을 전시했다.
현대차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이 자신의 이름과 신장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콕핏에 탑승하면, 핸들을 잡는 순간 차는 운전자의 심박 수와 스트레스 지수 등을 분석해 알려준다.
건강상태에 문제가 있는 경우, 바로 병원을 화상 통화로 연결해 상담을 받게 한다. 차 안에서 집 문을 열거나 전등을 켜는 등 스마트홈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이 개인형 운전석에는 현대차의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기술, 운전자의 생체 신호를 분석하는 '웰니스 케어(Wellness Care)' 기술, 운전자에게 최적화된 운전공간을 제공하는 '차량 개인화 기술' 등이 집약됐다.
기아차 부스에서도 관람객은 니로 전기차 선행 콘셉트카(양산 전 개발 단계 차량) 운전석에 앉아 다양한 첨단 편의 기능을 경험할 수 있다.
운전석 안에는 차량 외부를 A필라(차량 전면과 측면 유리 사이 기둥)에 비춰 '시야 가림' 현상을 해소하는 '투명 A 필라', 핸들 잡는 손가락 움직임 등으로 오디오를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터치 스티어링 휠', 손가락 접촉만으로 공조 시스템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터치 에어벤트', 시트의 울림을 통해 사운드를 전달하는 '진동 우퍼시트' 등이 탑재됐다.
닛산은 운전자의 뇌파까지 동원했다.
닛산 부스에서는 이번 CES 기간에 차량이 운전자의 뇌파를 감지해 해석한 뒤 스스로 작동하는 수준의 인간-자동차 상호작용 시스템, '브레인 투 비히클(Brain-to-Vehicle·B2V)' 기술이 시연됐다.
이 기술은 뇌 영상 해독 기술을 통해 차량이 운전자가 핸들을 돌리거나 액셀을 밟기 직전 뇌 신호(뇌파)를 읽고 해당 기능의 반응 시간을 줄이도록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작동하는 형태다. 운전자의 불편함도 감지해 차량 인공지능이 주행 설정을 바꿀 수도 있다.
CES 현장에서는 운전자가 뇌파 측정기기를 착용한 채 핸들을 돌리거나 차의 속도를 줄이려고 시도하면, 닛산 차량이 운전자보다 0.2~0.5초 더 빨리 해당 기능을 수행하는 장면이 대형 스크린으로 소개됐다.
현장 시연 진행자로는 닛산의 B2V 연구를 진두지휘하는 일본 닛산 연구센터 수석 연구가 루치안 게오르게(Lucian Gheorghe) 박사가 직접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이번 CES에서 새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스템 'MBUX'(메르세데스-벤츠 사용자 경험)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MBUX는 인공지능(AI)과 직관적 운영 시스템에 기반한 혁신 기술로, 올해 초 선보일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콤팩트 모델에 기본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자동차업체들뿐 아니라 전자업체 삼성전자까지 '첨단 운전석'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미국 전장 전문업체 하만(Harman)이 공동 개발한 이 '디지털 콕핏'은 자동차로 이동하는 중 AI 비서인 '빅스비'를 통해 음성으로 차량을 제어할 뿐 아니라 집안의 가전 기기까지 작동시킬 수 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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