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중국이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고 영국, 미국, 호주 등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을 겁주는 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이 영향을 미치려 하는 인사들에게는 중국 공산당이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특정 인사 주변을 맴돌기만 해도 그 인사는 자기 검열과 행동에서의 미묘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
서방의 정치인을 비롯해 기업의 임원, 학자들은 이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곧 적응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그랬다.
그는 2012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뒤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비난을 샀다.
그리고는 남은 임기 내내 '중국과 영국의 황금기'를 선언할 정도로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부심했다.
불쾌함을 느낀 중국이 보복할 것이라는 단순한 두려움이 영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발했다.
앞으로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영국 지도자들은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이후 영국 정부는 비평가들로부터 '아첨'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한층 공손한 대(對)중국 외교 태도를 보였다.
영국 관리들은 인권 문제에 관한 한 '실제보다 덜 심각하게'(soft-pedal) 다룬다.
캐머런 전 총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공산당의 강압적인 영향 미치기 기술이 서방 민주주의에는 가장 크고 유일한 도전이 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서방을 수동적으로 괴롭히는 것에서부터 정보전쟁에 적극 뛰어들거나 서방 정치에 개입하는 등의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 비정부기구(NGO) '국립민주주의기금'(NED)은 이를 서방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와 달리 '샤프 파워'(sharp power)라고 규정했다.
중국의 이런 전략은 공산당 정권과 대외정책에 대한 인식을 우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민주주의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해 글로벌 무대에서 부상하는 데 있어 타이밍을 잘 맞췄다.
중국은 경제나 안보 뿐만아니라 가치 문제를 놓고서도 서방과 경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제주의적인 개발 전략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기적 외교 목표는 티베트 문제나 남중국해 등 모든 현안을 둘러싸고 중국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있다.
여러해 서방은 냉전 후 자유로운 분위기에 취해 중국의 이런 활동에 대해 순진하게도 무사안일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중국은 호주에서 두 곳의 주요 정당에 재정적 도움을 줬다.
호주는 이에 따른 도전을 받고 있다.
호주 정부는 공산당의 '침입'에 대해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가 중국 자금의 정치권 유입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안한 것은 놀라울 정도의 반발이다.
이는 오랜 기간 진행된 중국의 호주 정치 개입을 인정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유럽과 미국에서도 호주와 같은 식의 반발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이를 놓고 중국 관영 언론들은 중국을 겨냥한 마녀사냥식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통일 전선'(united front) 구축에 박차를 가하면서 통일 전선을 '마법을 발휘하는 무기'라고 부르고 있다.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런 위협의 성격을 파악하는 게 이에 맞서는 첫걸음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이런 겁주기 전략의 약발이 듣고 있으나 정작 서방은 티베트 문제 등에 대해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고 있다.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할리우드 영화는 제작이 안 된다.
학자들은 비자 발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중국 관련 연구 주제를 외면한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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