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문 대통령 '지방선거 때 개헌' 요청, 국회가 호응해야

입력 2018-01-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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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문 대통령 '지방선거 때 개헌' 요청, 국회가 호응해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25분가량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라는 제목의 신년사를 낭독한 뒤 50여 분에 걸쳐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질문자를 정해 질문 내용을 미리 조율하지 않고, 문 대통령이 손을 든 기자들 가운데 질문자를 지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내외신 기자 200여 명이 질문권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이런 식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저는 평범함이 가장 위대하다는 것을 하루하루 느꼈다"는 소회로 연설을 시작해 일자리, 임금 격차 해소, 혁신성장, 공정경제, 재벌개혁, 안전, 복지, 개헌,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북핵 문제, 평창 올림픽 등 다양한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국민'은 64차례, '평화'는 15차례, '국가'는 11번, '개헌'은 7번 언급됐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와 질의·응답을 통해 가장 비중 있게 언급한 정치 현안은 개헌이었다.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는 19대 대선 당시 주요 정당과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라는 점을 거듭 상기한 뒤 "국회가 책임 있게 나서주기를 거듭 요청한다. 개헌에 대한 합의를 이뤄주시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3월 중에는 (개헌안이) 발의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만일 그것이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더 일찍 개헌에 대한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정치권에 대해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면서 만일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개헌·정개특위)의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의지를 갖고 정부와 협의가 된다면 최대한 넓은 (범위의) 개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만일 국회와 합의를 못 하고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한다면 국민이 공감하는 최소한의 개헌으로 좁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방분권 강화, 국민기본권 확대 등 여야의 이견이 적은 부분에 대해 지방선거 때 먼저 개헌을 하고 권력구조 개편 등 합의가 어려운 부분을 2차 개헌하는 '단계적 개헌'도 가능하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 같다.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 소신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내용과 과정 모두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개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 관련 언급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졸속개헌'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절하했다. 홍준표 대표는 "좌파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17석을 가진 한국당이 이렇게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국회의 개헌안 논의에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당은 개헌 문제를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10 민주항쟁의 역사적 산물이다. 문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30년이 지난 헌법으로는 국민의 뜻을 따라잡기 어렵다. 권력구조 면에서도 대통령한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돼 역기능이 만만치 않다. '승자독식' '대결정치'를 심화시키고 권력교체기마다 전직 대통령이나 측근이 관련된 대형 스캔들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국민 다수가 개헌을 원하고, 지난 대선 때 각 후보가 '지방선거 때 개헌안 투표'를 공약했다. 홍 대표와 한국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무겁게 여기고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당도 권력구조 문제 등에 대한 분명한 당론을 내놓고 국회 개헌·정개특위의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바란다. 개헌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방분권, 기본권 확대 등 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은 부분부터 조문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2월 말까지 개헌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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