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지방 '눈 없는 겨울'…관련 업계 희비 교차

입력 2018-01-11 11:16   수정 2018-01-11 14:50

영동지방 '눈 없는 겨울'…관련 업계 희비 교차

산불·물부족 '비상'·골프장 등 희색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폭설이 내린 서해와 남해안과는 달리 강원 영동지방에는 올해도 눈 없는 겨울이 이어지며 관련 업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11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겨울 들어 강원 영동지방에는 몇 차례 눈이 내린 산간지역을 제외하고는 눈·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일부 지역에 극히 적은 양의 눈이 내리는 데 그쳤을 뿐이다.
영동지방의 눈은 북동기류와 태백산맥에 의한 지형적인 영향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 겨울에도 아직 북동기류를 유입시킬 만한 기압배치가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원 영동지방은 건조주의보와 경보가 반복해 내려지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건조특보가 두 달 넘게 지속하는 메마른 날씨가 이어져 산불 발생 위험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최근 영동지역의 실효습도는 30%를 넘는 날이 많고 태백과 대관령 등은 40%를 넘어 50%에 육박하는 데다가 강풍도 자주 불고 있다.
이 때문에 속초시가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산불감시 요원 현장투입을 지난 4일로 앞당겨 비상근무를 시행하는 등 영동지역 자치단체와 산림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뭄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갈수기 만성적인 식수난에 시달리는 속초시는 비와 눈이 내리지 않는 날씨가 이어지자 물 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속초지역의 지난 두 달 동안 강수량은 51.1mm로 평년 같은 기간 117mm의 43.6%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에 쌍천 주변의 비상급수시설(암반관정) 6개소를 가동하는 등 식수확보에 나선 속초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물 아껴 쓰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는 암반관정 가동으로 아직은 하루 필요량 3만8천t 공급에 문제가 없으나 이달 중순까지 비다운 비나 눈이 내리지 않으면 제한급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용품과 제설장비 판매업소에도 눈 없는 겨울은 반갑지 않다.
눈을 대비해 스노타이어와 체인, 눈 삽 등을 준비했으나 창고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눈 없는 겨울이 즐거운 곳도 있다.
해마다 제설작업에 애를 먹고 있는 도로 당국과 자치단체 도로 관련 부서는 아직은 느긋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대관령과 미시령, 진부령 등 몇 차례 눈이 내린 산간지역 고갯길에서 제설작업을 펼치기는 했으나 내린 양이 많지 않아 큰 어려움은 없었다.
골프장도 눈 없는 겨울이 반갑기만 하다.
눈이 내리면 문을 닫아야 하나 이번 겨울에는 현재까지 휴장 없이 풀 가동을 하고 있다.
고성군 한 골프장 관계자는 "이번 겨울은 눈으로 인한 휴장은 없었다"며 "골프장 운영업체는 물론 골프를 즐기는 골퍼들에게도 눈 없는 겨울은 반가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영동지방 눈은 동풍이 유입돼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기압배치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동풍을 유입시키는 기압배치가 형성되는 1월 중·하순에 눈이 오는 경우가 많고 2월에는 폭설도 내린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오는 16일 영동지방에 눈이나 비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mom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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