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된서리 화훼농가 최저임금·최강 한파 '삼중고'

입력 2018-01-12 07:14  

청탁금지법 된서리 화훼농가 최저임금·최강 한파 '삼중고'
인건비·난방비 올랐는데 출하가격은 40%↓…"팔수록 손해"
"구설 오를라" 여전히 선물 기피…소비 위축돼 꽃집도 울상

(청주·음성=연합뉴스) 윤우용 이승민 기자 = "애지중지 키운 꽃인데…팔면 팔수록 손해입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소비가 급감, 된서리를 맞았던 화훼농가가 최저임금 인상에 유례없는 한파까지 닥치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인건비와 난방비는 오르는데 판매량이 줄어 출하가격은 되레 40% 하락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본다며 울상이다.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서 금전수를 키우는 김훈(59)씨는 갑자기 닥친 한파 때문에 이번 겨울 전기료 걱정이 태산이다.
2천100㎡ 규모의 유리 온실 실내 온도를 21도로 유지하는데 드는 전기료는 통상 10월에는 150만원에 불과하지만, 추위가 닥치는 12월과 1월에는 480만원까지 껑충 뛴다.
최근 닥친 한파로 김씨는 온실 보일러를 종일 가동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1일 괴산 청천이 영하 21.8도까지 떨어진 것을 비롯해 요 며칠 영하 10도를 훨씬 밑도는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추위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예보까지 나오면서 김씨의 마음은 더욱 무겁다.
난방비 증가로 원가는 상승하지만, 출하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청탁금지법 이후 관엽수나 화훼류 소비시장이 위축된 탓에 생산 원가 상승분을 출하가격에 반영하기도 여의치 않다.
설상가상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인건비까지 껑충 뛰면서 화훼농가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시간당 6천470원에서 올해 7천530원으로 16.4% 올랐다.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서 호접란(1천여㎡)을 재배하는 농업회사법인 유니플랜텍의 경우 캄보디아 근로자 6명이 일하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인건비로 한 달 평균 130만원을 더 지출해야 한다.
조직 배양실과 육묘실, 재배 온실을 갖춘 이 농업법인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올 상반기 계약이 끝나는 근로자 2명을 충원하지 않기로 했다.
2명이 추가로 계약 종료되는 내년 상반기에도 이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조직배양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유니플랜텍 역시 냉난방에 드는 농업용 전기요금도 부담이다. 2년 전보다 10% 이상 뛰었다.
호접란 재배 온실의 온도는 연중 26∼28도를, 개화 온실은 18도를 유지해야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기를 돌려 온실 온도를 높여야 하고 날씨가 더워지면 선풍기나 팬 등을 틀어 온도를 낮춰야 한다.
이 때문에 겨울에는 월 600만원 가량, 여름에는 월 200만원 가량의 전기요금을 부담한다.
인건비와 전기료보다 더 걱정인 것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얼어붙은 소비심리다.
회사에 다니다가 10년 전 음성군 대소면으로 귀농한 유니플랜텍 이문희(46·여) 이사는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2016년 9월 시행 이후 화훼농가에 닥친 한파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 분당 3천원(중상품 기준)으로 뚝 내려간 출하가격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어서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는 5천원을 받고 출하했다.
그는 연간 3만분의 호접란을 출하한다.
그는 "최소한 5천원에 팔아야 현상 유지가 되는 데 3천원으로 곤두박질한 출하가격이 그대로여서 팔면 팔수록 손해"라며 "많은 화훼농가가 영농을 포기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축수산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최근 청탁금지법상 농·축·수산물 선물비 상한선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렸지만 아직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구설에 오르지 않기 위해 선물은 아예 받지 말자'는 공직사회 분위기가 지금도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aT 화훼사업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난류 거래 물량은 446만9천분으로 전년도(483만1천분)보다 7.5% 감소했다.
거래금액도 2016년 264억8천만원에서 지난해 226억3천만원으로 15%가량 줄었다.
aT 화훼사업센터의 한 관계자는 "거래 물량과 거래금액이 준 가장 큰 요인은 청탁금지법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라고 말했다.
aT 화훼사업센터의 난류 거래량은 전국 거래량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씨는 "생명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너무 안 좋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화훼농가를 살리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꽃 소비 운동을 펼치고, 장기적으로는 가정에서 꽃을 기르는 자가 소비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심리 위축과 연일 이어지는 최강 한파로 꽃집의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다.
1월에 졸업식을 치르는 학교가 늘었지만, 꽃 소비량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서 10년째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48·여)씨는 "방학인 데다 꽃을 찾는 사람 자체가 줄고 최근에는 날씨도 추워서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에서 화원을 운영하는 서모(57)씨도 "강추위가 닥치면서 꽃집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면서 "요며칠 사이 찾아온 손님은 평소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yw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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