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양국 관계개선 분위기에 '찬물' 우려…관방장관 "관계개선 입장 변함없다"
(도쿄·베이징=연합뉴스) 김병규 진병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의 자국 영해 바로 바깥쪽 접속수역(영토에서 22~44㎞ 해상)에 중국의 잠수함이 진입했다며 중국 측에 항의했다.
11일 NHK에 따르면 일본 해상자위대와 방위성은 중국군 소속으로 보이는 잠수함이 전날 오키나와(沖繩)현 미야코지마(宮古島) 앞바다에 이어 이날 센카쿠열도의 다이쇼지마(大正島, 중국명 츠웨이위<赤尾嶼>) 앞바다의 접속수역에서 수중 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다이쇼지마 앞바다에서는 중국군 프리깃함도 출현해 접속수역 안팎을 넘나든 것으로 확인됐다.
센카쿠 열도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곳이어서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센카쿠 열도 주변 일본 접속수역에 중국 해경국 선박이 들어오는 일은 비교적 자주 있었지만, 중국군 함정이 출현한 것은 드문 편이다.
중국 잠수함이 이 지역 주변 일본 접속수역에 들어온 것은 2013년 이후 6번째다. 중국의 잠수함이 일본의 영해를 항해한 것은 이전에도 2004년 11월 한차례 있었다. 당시 중국 원자력잠수함이 오키나와 사키시마(先島)열도 주변을 항해했다.
일본 정부는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사무차관이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하는 한편 총리관저에 설치된 위기관리센터를 중심으로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외교부는 이날 일본의 항의에 대해 중국 함정의 접속수역 진입을 인정하지 않고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 2척이 관련 해역에 나타나 중국 해군을 따라다니며 감시활동을 벌였다면서 댜오위다오와 부속도서가 중국의 고유한 영토라고 주장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댜오위다오에 대해 고유영토임을 주장할 충분한 역사적, 법리적 근거가 있다면서 일본은 사단을 만들지 말고 2014년 합의한 4개 항의 원칙에 따라 양국 관계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 사이에서 공방을 오간 가운데, 일본에서는 이번 일이 최근 개선 기미를 보이는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봄 일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한 다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연내 상대국을 번갈아 방문하며 양국 정상이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양국 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부정적이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도 협력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영해를 지키기 위해 의연하고 냉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양국의 관계개선 흐름을 저해하지는 않도록 하겠다며 톤을 낮췄다.
스가 장관은 "중국과 일본은 작년 가을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 전면적인 관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 측은 그러한 입장에서 전혀 변함이 없다"며 "중국이 이런 흐름을 저해하지 않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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