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록스, 日 후지필름과 협상설…100년 전통 무너질 수도

입력 2018-01-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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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록스, 日 후지필름과 협상설…100년 전통 무너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제록스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일본의 후지필름과 모종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두 회사는 제록스의 경영권 변동을 포함할 수도 있는 다양한 형태의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복사기 부문에서 합작한 인연이 있다.
한 소식통은 그러나 후지필름이 제록스를 전면 인수하는 사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지 않다고 전했다. 또한,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결렬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제록스의 경영권에 변동이 생긴다면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미국 제조업체의 독립성이 종언을 고하는 셈이다. 몇몇 소식통들은 그러나 후지필름과 제록스가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모태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설은 미국의 유명한 행동주의 투자자인 칼 아이칸이 이 회사의 이사진과 최고경영자를 압박하고 있는 시점에서 불거진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이 회사의 주식 9.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아이칸은 지난달 회사 측에 더 많은 이사 자리를 요구했다. 제록스가 수십 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구축한 입지를 상실할 위기에 있으며, 잘못하면 유명 필름 제조사인 이스트만 코닥과 같은 운명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 그가 경영진을 압박하는 구실이다.
제록스의 전신은 1906년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창립된 인화지 회사 할로이드다. 할로이드는 1947년 발명가 체스터 칼슨으로부터 복사 기술 특허 라이선스를 획득했고 1949년 최초의 복사기를 선보였다.


할로이드는 1961년 제록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뉴욕 증권거래소에도 주식을 상장했다. 제록스의 주가는 1990년대 후반에는 한때 150달러를 넘었지만 매출과 이익이 침체한 탓에 최근에는 30달러를 겨우 넘는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형편이다.
제록스와 후지필름은 55년 전 아태 지역에서 복사기와 프린터를 판매하는 합작회사 후지 제록스를 설립할 정도로 오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후지제록스의 연간 매출은 100억 달러이며 이 회사 지분 75%는 후지필름의 수중에 있다.
제록스는 수십 년간 복사기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으나 미국 반독점 당국이 복사기 특허의 개방을 명령한 것을 계기로 일본 복사기 회사들이 속속 등장한 탓에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시장을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후지제록스는 제록스가 저가 복사기 시장에서 캐논을 비롯한 경쟁자들의 공세를 막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이메일과 데스크톱 프린터가 등장하면서 시장은 더욱 위축됐다.
제록스는 결국 몇 차례 뼈아픈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고 지난해에는 비즈니스 서비스 사업부를 분사하면서 복사기·프린터 전문회사로 되돌아왔다. 당시 분사를 선택한 데는 칼 아이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반면에 필름과 카메라 회사로 시작한 후지필름은 현재 대부분의 매출을 복사기는 물론 헬스케어, 체외 진단시스템, 제약, 스킨케어 등 다양한 부문에서 창출하고 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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