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주택 수요=투기꾼' 진단부터 잘못 지적…'효과 제한적'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보유세 개편 등 맞물려 '진정될 것'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정부가 11일 서울 강남의 재건축·고가 아파트의 이상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해 무기한·최고수준의 현장 단속을 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강남에 있는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강남 집값의 이상 과열 현상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정부의 각종 규제로 거래 가능한 매물이 줄어든 데서 기인한 것인데 투기적 수요가 가세해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정부의 진단부터 틀렸다는 지적이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거래될 수 있는 물건이 귀한데 찾는 사람은 많으니 값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강남권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이 모두 투기 수요이고, 탈세를 저지르고 있다고 정부가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수요와 공급이 안 맞는 게 문제인데 단속강화가 심리적으로 영향은 주겠지만,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개포동의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개포2단지 재건축의 경우 작년에 분양권을 프리미엄 3억원이면 팔겠다고 한 매도자도 올해부터 양도세가 50%로 늘어나니까 세금을 매수자에게 전가해 1억원 정도 호가를 더 올리고 있다"며 "과도한 규제로 인해 오히려 가격이 1억원씩 급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개포 주공2단지이든 3단지이든 매물이 '잠기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게 만들어놓은 구조적 문제가 안 바뀌면 가격도 안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초구 반포동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역시 "8·2 대책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예외 특례조항에 해당되는 경우 외에는 아예 거래가 안되게 해놓으니 매물의 '희소성'이 부각돼 한 두개 거래가 되면 값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 의도와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포동의 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반포에 있는 3천가구 규모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면서 지난 8·2 대책 이후부터 12월 하순까지 단 한 건도 거래를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는 25일부터 8·2 대책 예외조치 시행으로 강남 재건축을 실거주 목적으로 오래 보유한 조합원에 한해 조합원 지위 양도가 허용되기 때문에 5개월간 뚝 끊겼던 강남 재건축 거래가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문가들도 강도높은 단속만으로 서울 주택 구매 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그동안 세금, 청약, 대출, 금리 등 전방위로 정책을 발표한 상황이라, 이제는 새로운 대책을 내놓기보다 기존에 내놓은 대책들을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현실화시키려는 것 같다"며 "수요자들이 기존에 발표된 대책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시그널'을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가 오늘 말한 내용을 보면 사실 쓸 수 있는 정책카드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낸 모습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함 센터장은 "정부는 시장에 주택 공급이 많다고 하는데 정부의 각종 규제로 시장에 나오는 유통 가능한 매물의 총량 자체가 줄어들었고, 그 와중에 분양시장 선호와 재건축 강세가 이어지다보니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해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매물은 줄고 가격은 오르는 이상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 등에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정부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집값 과열 현상이 재건축에서 일반 아파트로, 강남4구에서 그 외 서울 지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정부가 실기하지 않으려면 그런 시장까지 넓게 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5월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청구서가 날아들기 시작하면 가격 급등세가 다소 진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보유세 강화가 기정 사실화되면서 최근 들어 없던 매물이 조금 나오긴 했다"며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는 4월 전에 집을 팔려는 다주택자들도 더러 있어서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yjkim8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