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외교 "에르도안, 메르켈 초대 원해"…오스트리아 외교, 25일 터키 방문
"터키, 외교적 고립 상황에서 유럽에 유화 제스처"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 유럽과 모두 갈등을 겪으며 외교적 고립이 우려되는 터키가 작년말부터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외교적으로 고립될 처지에서 유럽과 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독일과 관계를 개선하고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기를 원한다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이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이날 자택이 있는 터키 남서부 휴양지 안탈리아에서 독일 매체 취재진과 만나 독일 연정협상이 끝나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를 초대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양국은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차우쇼을루 장관은 지그마어 독일 외교장관의 초대로 그의 자택이 있는 독일 고슬라르를 방문해서도 '대화로 차이를 극복하자'며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작년 3월 메르켈 총리를 향해 "지금 네(sen, 비존칭 2인칭 대명사)가 나치 수법을 쓰고 있다"고 극언을 퍼부었을 때와는 딴판이다.
터키는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와도 관계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달과 이달 그리스와 프랑스를 연달아 방문했고, 오스트리아의 카린 크나이슬 외교장관이 이달 25일 터키를 찾을 예정이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터키 전문가 소네르 차압타이 연구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이론의 여지가 있긴 하나 현재 유럽에서 터키와 제일 사이가 나쁜 나라가 오스트리아"라고 쓰면서, "이번 방문은 터키와 유럽의 관계 호전을 제대로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터키가 유럽과 관계 개선을 적극 모색하는 배경으로는 외교적 고립을 피하려는 의도를 꼽을 수 있다.
터키는 쿠르드 정책과 쿠데타 사범 송환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으며, 이를 단기간에 풀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터키는 또 '예루살렘 지위'에 관한 대립에서도 반미 진영의 주도권을 잡았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이날 관영 매체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실책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양국관계를 더 심하게 손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유럽 양쪽 모두와 관계가 더 악화한다면 터키는 앞으로 시리아 사태 협상 등에서 러시아에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된다.
터키 주재 유럽연합(EU)대사를 지낸 프랑스 외교관 마르크 피에리니는 터키의 상황을 "외교적 고립"이라고 뉴욕타임스에 설명했다.
터키 일간 휘리예트의 칼럼니스트 무라트 예트킨은 이달초 "올해 터키와 EU의 관계는 호전될 것 같다"며 "독일과 관계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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