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영국·프랑스·독일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란과 지난 2015년 체결한 핵합의는 국제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이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3개국 외교장관은 이날 브뤼셀에서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주선으로 열린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란의 핵개발 야욕을 제한한 이란 핵합의에 대한 지지입장을 나타내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 3국 외교장관들은 또 지금까지 이란은 핵합의를 존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이란이 합의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의심할 수 있는 어떤 징후도 없다"면서 "미국도 마찬가지로 (이란 핵합의를) 지켜야 한다. 이를 파기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모든 협상 당사자들이 합의를 준수할 것을 주장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도 이란과 체결한 핵합의만큼 이란의 핵 야욕을 저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아무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존슨 장관은 "이란핵합의를 반대하는 사람은 더 좋은 해결책을 제시할 의무가 주어진다"면서 "아직까지 우리는 그것(새로운 해결책)을 보지 못했다"며 미국 정부에 핵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다만 존슨 장관은 이란 핵합의 문제와 병행해 예멘과 시리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이란이 해야할 일을 주시하는 것은 합당하고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그동안 핵합의에 의거해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대가로 핵프로그램을 늦춰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그동안 이란 핵합의 이행을 모니터해 왔으며 핵합의 체결 당사자인 주요국가와 이란의 관리들은 서너달에 한번씩 만나 핵합의 이행을 평가해왔다.
이란 핵합의에 따라 2년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란 중앙은행에 대한 핵관련 제재를 면제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10월 이란 핵합의에 대한 인증을 거부함에 따라 오는 12일까지 2년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단행한 대(對)이란 경제제재 유예를 연장할지 아니면 제재를 다시 부과할지 결정해야 한다.
미 행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를 전면 파기하지 않고 이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지만, 대신 이란 업계과 관련자들을 겨냥한 새로운 제재를 병행해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핵합의의 또다른 당사자인 이란이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란이 계속해서 핵합의를 준수할지 주목된다.
이날 회담을 주선한 EU의 모게리니 대표는 현재 작동하고 있고, 세계를 더 안전하고 만들고 있으며, 중동지역에서 핵무기 경쟁을 막고 있는 이란 핵합의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브뤼셀 회담에서 이란이 핵합의에 규정된 의무를 존중하고 있다는 데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이란이 계속해서 이를 이행할지는 미국이 핵합의를 완전히 이행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장관은 북핵 문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란 핵합의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세계의 다른 편에서 어떻게 핵을 무기화할지 논의하는 시점에 외교적 접근법으로 핵무기 개발을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bing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