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술 유출 혐의는 무죄…법원 "의심 들지만 증거부족"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삼성전자의 전직 임원이 재직 시절 개인용도로 쓴 수천만원을 업무 경비로 처리했다가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2일 수원지법 형사1단독 조정웅 부장판사는 업무상 배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53)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삼성전자 전무로 근무하던 2014년 4월∼2016년 7월 업무 목적으로만 쓰도록 회사가 지급한 자신의 신용카드와 부하 직원들의 신용카드로 유흥비를 결제하는 등 80차례에 걸쳐 7천800여만원의 회삿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2016년 10월 구속기소됐다.
그는 자신이 속한 부서의 자금 사용 결재 등 업무를 총괄하면서 부하직원의 회사 지급 신용카드를 받아 주점 등에서 사용하고 부하직원에게 경비를 청구하도록 한 뒤 직접 결재하는 등의 수법으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통해 유죄로 인정된다"며 "다만, 피고인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금액 전부를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와 함께 2016년 5∼7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LSI 14나노 AP 제조 공정의 전체 공정흐름도', '10나노 제품정보' 등 국가핵심기술로 고시된 반도체 제조 기술에 관한 자료 47개 등 모두 68개의 영업비밀 자료를 3차례에 걸쳐 유출한 혐의도 받았다.
이씨는 유출한 자료를 자택에 보관하다가 적발됐고 검찰은 이씨가 병가 도중 야간에 회사를 찾아 자료를 가져간 점과 이직을 준비해온 점을 확인, 이직에 유리하게 사용하고자 자료를 빼낸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이씨는 업무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하려고 자료를 가져갔을 뿐이라며 줄곧 혐의를 부인했고 법원은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조 판사는 "피고인은 이 사건 3개월 전 헤드헌터를 만났고 과거에도 이직을 시도한 적이 있어 부정한 목적으로 자료를 빼내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면서도 "자료 일부를 이면지로 사용하며 업무 관련 내용을 기록하고 병가 중 이메일로 업무 지시를 자주 한 사실 등에 비춰보면 의심을 확신에 이르게 할 정도의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신청한 보석이 허가돼 이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으며, 삼성전자에는 사표를 제출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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