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세계대회 결정적 장면에서 대국…각자 알파고 상대한 인연도
(서귀포=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만날 때마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왔던 이세돌(35) 9단과 커제(21) 9단이 제주도에서 또 한 번 특별한 만남을 가진다.
1983년생인 이세돌 9단은 현역 프로기사 중에서 나이 대비 최고의 기량과 활약을 펼치는 기사로 손꼽힌다. 그는 여전히 한국과 세계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는 바둑 스타다.
1997년생인 커제 9단은 중국 바둑의 신성으로 떠오르는 과정에서 번번이 이세돌 9단을 만나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 커제 9단은 중국랭킹 1위이며 세계적인 강자를 꼽을 때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이들의 첫 만남도 강렬했다. 메이저대회 결승 길목에서였다. 2015년 11월 삼성화재배 준결승 3번기에서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에게 0 대 2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이세돌 9단은 삼성화재배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로서 개인 통산 5번째 대회 우승을 노리던 터였다.
커제 9단은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2015년 바이링배에서 첫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18세의 나이에 중국 랭킹 1위에 오르며 미래를 밝혀나가던 중이었다.
커제 9단은 이세돌 9단을 꺾은 기세를 몰아 삼성화재배 우승을 차지했다.
첫 대국에서 패한 까닭인지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둘은 2016년 1월 몽백합배 결승 5번기에서 다시 만났다. 4국까지 2승 2패로 팽팽하게 맞선 접전이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최종 5국에서 반집 패하며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같은 해 2월에는 하세배 결승에서 또 커제 9단에게 발목을 잡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3월에는 농심신라면배 우승 결정국에서 커제 9단에게 패해 중국에 우승컵을 넘겼다.
그해 11월에는 운명처럼 또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커제 9단을 만나 패배, 결승행 티켓을 내줬다. 반면 커제 9단은 또 기세를 몰아 대회 우승을 거머쥐며 중국 기사 최초 삼성화재배 2연패를 달성했다.
이세돌 9단의 커제 9단 상대 전적은 3승 10패에 그쳤다.
둘은 바둑계를 뒤흔든 인공지능(AI) 알파고와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알파고가 인간계 첫 대국 상대로 지목한 프로기사가 바로 이세돌 9단이었다.
2016년 3월 서울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전 세계적인 관심 속에서 열렸다.
이세돌 9단은 1승 4패로 알파고에 패했다. 당시로써는 인공지능이 처음으로 인간을 이긴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의 1승은 인간이 알파고를 상대로 거둔 유일한 승리로 남았다.
알파고는 더욱 강해졌다. 도저히 인간이 맞설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알파고는 지난해 5월 중국에서 커제 9단과 바둑의 미래 서밋 3번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알파고가 인간의 바둑을 완전히 뛰어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회였다.
이렇게 특별한 인연을 이어온 둘은 제주도에서 열리는 특별 대국에 나란히 초대됐다.
한국기원·해비치 공동 주최, 현대자동차·북경현대 공동 후원으로 오는 13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리는 '2018 해비치 이세돌 vs 커제 바둑대국'에서다.
지난 11일 폭설로 제주공항이 마비됐지만, 대국에는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이세돌 9단은 12일 오전에 제주도에 입성했고, 커제 9단은 같은 날 오후에 제주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 승자는 상금 3천만원과 현대자동차 소형 SUV 코나(중국 현지모델은 엔시노)를 가져간다. 패자는 상금 1천만원을 받는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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