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지구 통신선 북측 선로에 문제…동해 통신선 불통
'한라산-백두산' 함정간 핫라인 9년이상 가동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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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군사 당국간 핫라인은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최상의 긴급 연락수단 역할을 한다. '한반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상에서 사소한 무력충돌이 국지전으로 번질 수 있는 지정학적인 환경을 가진 남북한의 군사 당국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단이다.
남북은 서해·동해지구 육상에 통신선을 깔았고, 서해상의 함정 간 핫라인을 가동한 적이 있다. 특히 서해지구 육상에 가설한 군 통신선은 양측이 각각 더 늘려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와 북한군 남포 서해함대사령부를 서로 연결하는 새로운 통신선로를 가설한다는 데도 합의를 한 바 있다.
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그간 단절, 복원을 거듭하다가 평창올림픽의 북측 선수단 참가가 합의되면서 일단 정상화됐다. 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통행용 3회, 우발충돌 방지용 3회 등 6회선이지만, 우방충돌 방지용 회선은 2008년부터 모두 끊겼다. 통행용 3회선 중 2회선은 불통이고, 나머지 1회선은 잡음이 심한 가운데 겨우 음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동해지구 군 통신선 3회선도 산불로 선로가 타버려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
서해상의 남북 함정 간에 교신했던 핫라인도 2004년 6월 첫 가동을 시작으로 한동안 잘 운용되다가 북측의 무성의로 불통 일쑤이다가 2008년 5월부터 가동되지 않고 있다.
◇서해지구 군 통신선 북측구간 현대화 군사회담서 다뤄져야
서해지구 통신선은 직통전화 1회선, 팩시밀리 1회선, 예비선 1회선으로 되어 있다. 기존 동케이블에서 광케이블로 교체됐으나 통신에 문제가 있을 경우 먼저 깔린 동케이블에 연결해 사용하도록 했다.
남북은 2009년 12월 서해·동해지구에서 동시에 광케이블로 선로 교체 작업을 했다. 서해지구 통신선은 도라산 출입관리소(CIQ)에 있는 우리측 군 상황실에서 북한지역 군 상황실까지 6㎞ 구간에 깔려있다. 동해지구 통신선의 길이는 12km에 달한다.
그해 10월 말 우리측은 북측의 통신선로 개선공사를 위한 광케이블 등 관련 기자재(총액 9억5천만원)를 북측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유엔의 대북제재 조치로 북한에 교체용 광케이블을 지원할 수 없게 됐다. 광케이블은 유엔의 대북 금수품목으로 분류되어 있다.
우리 측은 10일부터 정상화된 서해 군 통신선을 매일 4회 북측과 시험 통화를 하고 있다.
"찌찌직" 잡음과 함께 북측 상황실 요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단 의사소통에는 문제 없는 수준이라고 국방부는 13일 설명했다. 이에 북측은 자신들의 "선로상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우리 측에 알려왔다고 한다.
개성공단 가동 중지 이전에 군사분계선(MDL) 통행을 위한 중요 협의 채널로도 이용됐던 서해 군 통신선 현대화 문제가 군사회담에서 다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상호 의사를 또렷하게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이 완비돼야 유사시 불상사를 막고 원활한 통행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측구간의 선로를 새로 가설해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광케이블이 대북 금수품목이기 때문에 함부로 지원할 수 없고 통일부 등과 협의를 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 "여기는 한라산" 호출하면 북측은 "여기는 백두산" 응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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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2004년 6월 제2차 장성급군사회담에서 우리측이 제의한 서해 경비함정간 공용주파수 설정 및 운영과 경비함정간 시각 신호를 제정해 활용하기로 하고, 같은 달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채택 4주년에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서해 NLL 해상에서 기동하는 양측 함정은 핫라인 역할을 하는 국제상선공용주파수(주주파수 156.8Mhz·보조주파수 156.6Mhz)로 상호 의사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남북한 함정의 호출부호는 각각 '한라산', '백두산'으로 했다.
우리 함정이 "백두산, 백두산, 여기는 한라산, 감명도는?"이라고 호출하면 북측은 "한라산, 한라산, 여기는 백두산, 감명도 다섯" 등이라고 응답하는 방식이었다.
감명도 상태는 1∼5까지 숫자로 대답하고 감명도가 낮으면 출력을 높이라고 요구할 수 있다. 1분내 통화시는 주주파수로, 통화시간이 길어지거나 장애 때는 보조주파수를 이용하도록 했다. 특히 NLL 해상에 양측 함정이 2척 이상이 기동할 때는 지휘함정들끼리만 교신하되 상대방을 자극하는 불필요한 발언을 하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같은 달 14일 서해 NLL 일대에서 남북 함정간 무선교신이 역사상 처음 이뤄졌다.
연평도 서방 3마일 해상에서 우리 고속정 328호 참수리와 북측 경비함정이 900여m 거리를 둔채 역사적인 양측 해군간 첫 교신을 한 것이다.
이어 양측이 합의한 경비함정간 시각 신호도 주고받았다. 상호 합의한 숫자가 쓰인 깃발을 들어 시각 교신을 한 것이다.
우리측이 '아측은 적대행위 의도가 없다'는 의사표시로 '4번 깃발'을 올리자 북측은 '너의 신호를 이해, 수신했다'는 뜻으로 '9번 깃발'을 올리고 라이트를 깜박이는 불빛 신호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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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남북은 한동안 함정 핫라인을 정상 가동했지만, 북측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우리 함정이 "백두산"을 호출하면 북측 함정은 응답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실제 북측 함정이 먼저 "한라산"을 호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급기야 북한은 2008년 5월부터 우리 함정 호출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양측이 진통 끝에 겨우 만들어놓은 함정간 핫라인도 합의서 조항으로만 남아 있다.
북한 선수단 등의 참가를 계기로 열기로 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이 급(級)을 높여 계속 이어진다면 이러한 우발적 충돌 방지 합의사항을 복원하는 문제를 다뤄야 할 것으로 본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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