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과열 해소 우선'…수위조절 모드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홍정규 박의래 기자 = 거래소 폐쇄 등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에 대해 강경 대응방침을 쏟아내던 정부가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거래소 폐쇄 등 자극적인 단어보다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점진적인 과열 해소책을 우선 구사한 뒤 '질서있는 퇴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2일 "현행법으로 과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는데도 이런 현상이 심화한다면 그때 거래소 폐쇄 등 조치가 뒤따르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래소 폐쇄 입법도 거래소 전체를 폐쇄한다기보다 문제 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는 근거 법 조항을 마련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기본적으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박상기 법무장관의 발언과 뉘앙스 차이가 있다.
일단 현행법 내에서 최대한 조치를 취해본다는 부분이 들어가 있고, 거래소를 다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는 근거 조정을 마련한다는 부분도 다르다.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는 11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메시지와는 맥을 같이 한다.
박 장관의 발언이 전체 정부 부처의 컨센서스보다는 다소 급진적이므로 금융당국 차원에서 미묘한 스탠스 조정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장 시장이 폐쇄되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점진적으로 시장을 진정시켜 질서있는 퇴장을 하게 만드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현재 금융 분야에서 진행 중인 자금세탁방지 및 실명확인 시스템 정착 기조를 이어가면서 시세조종이나 다단계 사기, 유사수신 등 범죄 단속을 투트랙으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현행법 테두리에서 조치를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시중은행들 역시 미묘한 입장 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가상계좌에 대한 실명확인 시스템 도입을 중단하겠다고 했던 신한은행은 도입을 연기하는 것이라고 톤다운했고, 역시 도입 중단 방침을 밝혔던 기업은행 등 여타 시중은행 역시 상황을 좀 더 보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 등 현안을 논의하고자 잡혀있던 금융위와 6개 시중은행 간 회의도 이날 그대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선 현재 시스템 개발 상황과 실제 도입 여부 등 실무적인 협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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