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제재법 위반' 터키 국영은행 미국서 벌금폭탄 위기

입력 2018-01-13 07:00   수정 2018-01-13 14:05

'이란제재법 위반' 터키 국영은행 미국서 벌금폭탄 위기
"미, 할크방크에 최대 100억달러"…터키 부총리 "지원 안한다"
"터키정부, 러시아 미사일 도입 중단 등 협상 모색할 수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국영은행 임원이 미국에서 이란 제재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미국의 제재 수위에 터키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흐메트 심셰크 터키 부총리는 12일(현지시간) 터키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할크방크에 (미국 재무부) 벌금이 부과된다면, 할크방크가 벌금을 부담할 일이지 정부가 돈을 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심셰크 부총리는 터키 재무부가 현금유동성 보유량을 끌어 올린 배경과 할크방크 임원의 미국 재판 결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달 3일 미국 뉴욕남부(맨해튼)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할크방크 부사장 메흐메트 하칸 아틸라에게 금융사기와 공모 등 5개 혐의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아틸라 부사장은 이란계 터키 금거래상 레자 자라브 등과 짜고 이란이 미국 제재를 따돌리고 에너지 국제거래를 할 수 있게 도운 혐의를 받았다.
4월 법원의 선고가 내려지면 미국 재무부가 할크방크를 비롯해 이번 사건에 연루된 터키 은행 3곳에 대규모 벌금·제재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전문가들은 많게는 100억달러(약 11조원) 규모 '벌금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터키 은행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불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독일 국영방송 도이치벨레의 터키 경제 애널리스트 아틸라 예실라다는 터키 매체 티24(T24)에 "터키 은행권은 매달 160억∼180억달러 채무 갈아타기(차환)를 해야 하는데 미국 재무부가 제재를 부과하면 만기연장에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터키 기업이 상환을 위해 외화를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어서 최근 몇달 새 약세를 보인 터키리라 가치를 더욱 끌어내릴 수 있다.
터키 금융권은 우려 속에 미국 재무부의 제재 수위와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심셰크 터키 부총리는 할크방크가 국영이라도 그 벌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할크방크는 이달 10일 "조건이 맞다면 융자(신디케이트론)와 외화표시채권 발행을 추진해 올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답변했다.
터키정부가 금융권 피해를 줄이고자 미국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실라다는 "터키정부가 투옥한 미국인·미국공관직원 석방이나 러시아 미사일 도입 중단, 또는 시리아 정책 협력 같은 협상 카드를 미국정부에 제시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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