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고강도 개혁에도 인위적 감원은 않기로

입력 2018-01-14 06:00  

국정원, 고강도 개혁에도 인위적 감원은 않기로
국내정보업무 폐지-대공수사권 이관…기존 인력 타부서로
정권교체 후 수백 명씩 잘라냈던 전례와 대조적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국가정보원이 국내 정보 수집·분석 업무를 폐지한 데 이어 대공수사권 이관까지 추진하면서도 해당 직원들을 감원하지는 않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김영삼·김대중 정부가 정권교체 후 정보기관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직원을 대규모로 내보낸 전례와 뚜렷이 대조된다.
14일 여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2차장 산하에서 국내 정보를 다루던 7국과 8국을 전격 폐지하고, 국내 정보담당관(IO)의 기존 업무를 정지시켰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인터넷 여론 조작에 나서거나 야권 인사를 사찰하는 등 국내 정치에 직접 개입해 중립 의무를 저버린 데 대한 자성의 조치로 평가됐다.
아울러 국정원은 대공수사권도 경찰로 이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서 증거를 조작하는 등 불법행위로 비판을 받아온 국정원의 대공수사 파트는 앞으로 조사와 내사 단계까지만 맡게 된다.
국정원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곧 당론으로 발의할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수사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뗄 계획이다.
다만 국정원은 이런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도 인위적인 감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
국정원은 이미 국내 정보를 수집·분석하던 IO 인력을 재교육한 후 사이버보안, 방첩, 대테러 등 새로운 부서에 이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전담 인력 역시 다른 부서로 흡수하고, 일부는 경찰로 보내 원래 하던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할 예정이다.
국정원은 지난해 하반기 정상적으로 세자릿수의 신입 직원을 공개 채용하기도 했다.
이는 과거 정권교체기마다 정보기관에 '칼바람'이 분 것과는 차이가 있다.
김영삼 정부 초반인 1994년에는 국가안전기획부에 대한 외부 감시 장치로서 국회 정보위원회를 설치하면서 예산을 680억 원 가까이 삭감했고, 직원도 300여 명이나 대기발령 했다.
이어 안기부를 국정원으로 탈바꿈시킨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직원의 11.2%를 구조조정하고, 이듬해 예산을 280억 원가량 깎았다. 당시 안기부 출신 직원 700여 명이 면직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면직된 고위 직원 21명은 '국가를 사랑하는 모임'(국사모)을 결성하고 정부를 상대로 복직을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 정부가 지난 과거 정부와 다르게 인위적으로 인력을 손대지 않는 것은 국정원의 정원 대비 실제 직원 수가 과거보다 부족한 편이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망가진 핵심 기능을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앞서 수차례 반복된 대규모 감원이 조직에 깊은 상처를 남긴 데 따른 학습효과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한 여권 인사는 "강도 높은 개혁에도 후유증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물론 역량 있는 순수 정보기관으로서의 틀을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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