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친 20명과 두 번째 영화번개…87년생 회사원,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등 참석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14일 영화 '1987' 관람 후 "권력이 광기에 휩싸이면 영화에 나온 그 정도 폭력도 자행한다. 그런 위험성을 줄여가는 게 민주화"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 CGV피카디리1958 극장에서 페이스북 친구 20명과 함께 영화 '1987'을 관람했다.
이 총리는 영화관람 후 소감을 묻자 눈시울을 붉힌 채 한동안 침묵한 뒤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 위에 우리가 서 있다는 것을 한시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무거운 메시지를 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취재를 많이 했고 구성을 잘한,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평가하며 "팩트가 주는 무게가 크다"고 거듭해서 말했다.
이 총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대규모 시위가 세 번 있었다"며 4·19와 6월 항쟁, 그리고 촛불 혁명을 꼽았다.
이 총리는 "촛불 혁명은 권력이 착해져서 평화집회가 된 게 아니라 권력이 없어지니까 평화집회가 된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완성됐다고 자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과 관련해서는 "경찰청에서 시민단체와 협의해서 관리하는 방안을 낸다고 했으니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그는 "1987년 당시 동아일보 야당 기자였고, 영화 속 동아일보 윤상삼 기자가 1999년 간암으로 사망했을 때 장례위원장을 맡았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윤 기자 생각이 많이 났다"고 개인적인 소감도 덧붙였다.
이 총리는 앞서 10일 오전 페이스북에 "두 번째 영화관람 번개 모임을 제안합니다.(중략) 스무 분 정도를 모시겠습니다. 영화관람 후엔 생맥주 한 잔 나누겠습니다"라고 글을 올렸고, 해당 글에는 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 총리는 같은 방법으로 작년 8월 6일 페이스북 친구 20명과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고 호프 미팅을 했었다.
총리실은 페북 메시지를 통해 1987 영화 번개 참석을 신청한 432명 가운데 성별·지역·연령대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 참석자를 선정했다.
취업준비생부터 대학생, 대학교수, 기간제 교사, 무기계약직 공무원, 군인, 회사원, 전업주부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1급 시각장애인 김민태씨는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고, 대학교 역사교육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며 "혼자서라도 보려고 했는데, 총리와 함께 볼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뛰었고,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김대환씨는 "영화커뮤니티에서 번개 소식을 보고 지원했는데, 이런 행운이 왔다"며 즐거워했다. 1987년생 회사원 진모씨는 "번개 신청을 하면서 '87년의 뜨거운 기를 받아 태어났다'고 강조했더니 당첨이 됐다"며 "1987 영화를 총리와 함께 보게 돼서 더 뜻깊다"고 말했다.
참석자 20명 중 여성이 9명이고, 연령대별로는 20대(8명)와 30대(7명) 젊은층이 가장 많고, 40대 4명과 50대 1명도 선정됐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가 15명으로 가장 많고, 강원과 경북, 세종·충청에서도 달려왔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도 이날 번개 모임에 동참했다. 백 의원은 "87학번으로서 감회가 새롭다. 1987 영화를 보면서 그 시대의 감동을 돌아보고, 30년 세월이 흐른 지금의 대한민국과 촛불혁명을 생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영화 관람 후 극장 인근 치킨집으로 자리를 옮겨 페친들과 함께 영화 내용을 비롯해 청년문제 등에 대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1987'은 박종철·이한열 열사와 6월 민주항쟁 등 실화를 소재로 한 울림 있는 메시지로 호평받고 있으며, 개봉 18일째인 13일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서울 용산 CGV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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