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일요일은 실내에서…월요일은 미세먼지 비상조치 발령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올겨울 '최강 한파'가 지나간 14일 일요일 추위 대신 미세먼지가 전국을 덮쳤다. 월요일인 15일에는 수도권에서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되며, 서울시는 차량운행을 줄이기 위해 출퇴근시간대 대중교통 요금을 무료화한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서울 57㎍/㎥, 경기 67㎍/㎥, 충북 76㎍/㎥, 대구 55㎍/㎥, 인천 54㎍/㎥, 경북 62㎍/㎥ 등으로 '나쁨'(51∼100㎍/㎥) 수준이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이날 한때 경기 144㎍/㎥, 충북 135㎍/㎥, 서울 81㎍/㎥ 등까지 치솟았다가 다소 내려오기는 했으나 여전히 '나쁨'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시각 미세먼지(PM 10) 농도는 경기(81㎍/㎥), 충북(87㎍/㎥) 등에서 '나쁨'(81∼150㎍/㎥) 수준이다. 서울은 76㎍/㎥를 기록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13일부터 대기 정체가 심했다"며 "서울의 경우 수평 풍속이 초속 1.5m를 넘지 않아서 바람이 별로 없었고 혼합고(오염물질이 혼합될 수 있는 최대고도)마저 평소보다 낮아서 미세먼지가 확산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미세먼지는 대부분 국내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자동차나 공장 등에서 계속해서 오염물질이 나오는데 바람이 안 불고 위아래로도 혼합이 안 되는 상태여서 짙어지기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 정체에는 한파가 지나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온이 오르면서 습도가 높아진 데다가 이후 중국에서 동진하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면서 풍속이 낮아진 것이다.
여기에 한반도 상공으로 서풍을 타고 비교적 기온이 높은 기류가 유입돼 다소 강한 '대기역전층'이 형성된 것도 한몫했다. 대기역전층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낮아지는 일반적 현상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혼합고, 즉 오염물질이 상공으로 올라가서 혼합될 수 있는 최대 고도가 낮아졌다. 혼합고가 낮다는 것은 미세먼지 등 지상에 가까운 오염물질이 위쪽으로 퍼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대기역전층 형성으로 상하 방향의 대기 혼합이 역전층 아래로만 제한되면서 오염물질이 지면 가까이 축적된 것이다.
축적된 미세먼지는 높은 습도와 만나 더 커졌다. 환경과학원은 "젖은 눈덩이를 굴리면 쉽게 커지듯 미세먼지가 더 큰 미세먼지로 성장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환경과학원은 "14일은 국내 정체가 강하게 발생했으나 현재 중국 쪽 미세먼지 농도가 상당히 높다"며 "내일 아침부터는 북서풍을 타고 고농도 미세먼지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민들은 모처럼 포근한 날씨에도 바깥나들이를 하지 못해 아쉬워하며 휴일을 보냈다.
시민 서모(34)씨는 "나가서 점심을 먹으려다가 미세먼지 때문에 집에서 치킨을 시켜먹었다"며 "모처럼 따뜻한 날인 만큼 저녁에는 나갈 예정인데 메뉴는 곱창과 삼겹살 중 고민하다가 미세먼지를 씻어내 준다는 삼겹살을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 살배기 아이의 아버지 김모(34)씨는 "이번 주 내내 너무 추워서 감기 걸린 아이를 데리고 외출할 엄두가 안 났는데 날씨가 풀리니까 이제는 또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한다"며 "집이 답답하기는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직장인 김모(31·여)씨는 "바깥 공기가 안 좋다고 해 집에서 공기청정기를 틀어놓고 자고 깨기를 반복하며 휴일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나들이객이 줄어들면서 전국 고속도로는 비교적 원활한 교통 상황을 보였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은 건천나들목∼영천분기점 11.6㎞, 남이분기점∼옥산하이패스나들목 9.3㎞ 구간 등에서 정체를 보였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은 일직분기점∼금천나들목 사이 3.8㎞를 지나는 데 11분이 걸리는 것을 제외하면 소통이 원활하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전국 고속도로 교통량을 330만대로 예상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가는 차량은 34만대, 반대 방향은 37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 방향 고속도로는 오후 2∼3시께 혼잡이 일어나기 시작해 4∼5시께 절정에 달했다가 8∼9시께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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