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리스트 선정 이틀 앞둬…금감원 12일 회추위에 "일정 조정해야"
"2015년보다 한 달 빨라…특혜대출 사실관계 규명 후 해도 늦지 않아"
"노골적 관치금융" 불만도…"회추위 '우리가 당국 하수인이냐' 반발"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김경윤 기자 =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차기 회장 선임절차를 보류하라고 요구했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후보자 인터뷰를 거쳐 오는 16일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인터뷰를 보류하고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하나금융 회추위 측에 회장 선임절차의 보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12일 금감원 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금감원 측은 하나금융·하나은행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정을 합리적으로 조정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 은행권의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최순실·정윤회 등 비선 실세가 관여했다는 게 하나금융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채용비리의 경우 심층 점검을 위해 2차 검사 대상으로 추려진 10개 은행에 하나은행이 포함됐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쇼트리스트를 위한 인터뷰가 곧 시작되는데, 인터뷰를 보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며 "인터뷰를 강행하려 할 경우 더 강력한 수위로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추위는 지난 9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27명에서 16명으로 압축했다. 김 회장을 비롯해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 함 행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 등 내부 인사가 4명, 외부 인사가 12명이다.
회추위는 15∼16일 후보들 인터뷰를 거쳐 16일 쇼트리스트를 발표하고, 22일 심층 인터뷰를 거쳐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절차가 예년보다 약 1개월 빠르다고 지적했다. 2015년에는 2월 23일에 김 회장이 후보로 확정돼 연임했다. 지난번보다 서두를 이유가 딱히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내·외부 인사 16명을 후보군으로 좁혔지만, 상당수의 외부 인사는 물론 내부 인사도 고사하면서 사실상 '특정 후보'가 유력시되는 구도로 흐르고 있다는 금융권의 관측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사가 진행 중인데 굳이 한 달을 당기면서까지 차기 회장 선임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차기 회장 선임 일정에 차질을 주지 않도록 금감원이 최대한 조속히 사실관계를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CEO(최고경영자)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해당 금융회사뿐 아니라 금융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며 "일부 회추위원도 과거 'KB금융 사태'를 예로 들어 같은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09년 황영기 당시 KB금융 회장이 물러나면서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차기 회장에 내정됐지만, 금감원 검사에서 '사후 중징계'를 받으면서 그는 내정자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금감원이 검사 중인 상황에서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를 예전보다 1개월 앞당겨 선임할 이유가 없다는 데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상당 부분 교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여러 차례에 걸쳐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문제 삼았으며, 최흥식 금감원장은 회추위 구성에 현 경영진이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하나금융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내부에선 쇼트리스트 발표를 불과 이틀 앞두고 금융당국이 제동을 건 데 대해 "노골적 개입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무슨 명분을 대도 결국 관치(官治) 금융 아니냐"며 "회추위에서도 금감원의 요구에 대해 '말도 안 된다'거나 '회추위가 당국의 하수인이냐'는 반발이 나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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