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안하면 미국은 빠지겠다' 압력에 유럽 동맹들 침묵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동맹에 이란 핵 합의 수정을 위한 협력을 요구하고 나서자 유럽 동맹들이 난감한 입장에 처한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이란에 대한 제재면제를 조건부로 연장하되 미국과 유럽 동맹국이 이번 기회에 이란 핵 합의의 "끔찍한 결점들"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면서 "그런 합의가 안 된다면 미국은 다시는 이란 핵협정을 지키려고 제재를 면제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언제라도 그런 합의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나는 그 협정을 즉각 철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주요 6개국 간에 체결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를 뜻한다.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서방은 이란 제재를 해제하기로 한 합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정 요구를 거부할 게 명백한 이란과 중국, 러시아를 빼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동맹들을 지목해 "협력하지 않으면 미국은 빠지겠다"고 압박한 셈이다.
이에 핵합의 존중을 촉구해온 유럽 동맹 3개국은 극도의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즉각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독일 정부는 핵협정의 완전한 이행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면서도 영국, 프랑스와 "공동의 진로"를 협의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유럽연합(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오늘 발표를 주시한다"며 "첫걸음으로 우리(EU)는 E3(영국, 프랑스, 독일) 및 다른 EU 회원국들과 공동으로 이번 발표와 그 의미를 평가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앞서 지난 11일 영국, 프랑스, 독일 외무장관은 피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만나 이란 핵합의는 국제안보에 필수적이라며 이란의 핵 개발 저지를 위해 이를 완전하게 이행할 것을 미 정부에 촉구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동맹들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활동도 제한하는 수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영국 공영방송 BBC는 미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미국 관리는 또 제재 일몰조항이 폐지돼 핵합의가 영구화한다면 현행 핵합의 수정안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한 이란이 핵합의를 특정 수준으로 위반하면 모든 제재가 자동으로 부과되는 제재 자동개입 조항을 원하고 있다고 미 관리들은 전했다.
이런 사안들은 미국과 이란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동맹 간 협상이 될 것이라고 이 관리는 덧붙였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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