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공기관 첫 차량2부제…정부청사엔 버젓이 짝수차량 오가

입력 2018-01-15 09:59   수정 2018-01-15 13:39

서울 공공기관 첫 차량2부제…정부청사엔 버젓이 짝수차량 오가
"못 들어갑니다" 실랑이하다 차단문 올리기도
하이브리드·전기차는 2부제 면제…서울시청 하이브리드 관용차 '활보'


(서울=연합뉴스) 행정·법조팀 =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조치'에 따라 15일 서울과 수도권 공공기관에서 출근길 차량 2부제가 전격 시행됐지만, 공공기관 진입이 통제된 '짝수' 차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공공기관 정문에 들어서는 모습이 빈번히 목격됐다.
이날 오전 7시 50분께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
짝수번호 차량을 몰고서 청사 쪽으로 들어오려는 운전자들이 별다른 제지 없이 출입문을 통과했다. 차량 셋 중 하나는 짝수 번호판을 달고 있었지만 사실상 '무사통과'나 다름없었다.
짝수차량 중에서는 관용차로 보이는 고급 세단을 비롯해 청사 1층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것으로 보이는 소형차와 밴 등이 눈에 들어왔다.
짝수차량이 차량용 정문으로 다가오는데도 이를 제지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청사관리본부 직원에게 "짝수차량도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묻자 "돌려보낼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출입을 시키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갑자기 시행돼 홍보가 덜 된 데다 짝수차량을 몰고 오는 사람 중에서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바래다주는 부모가 많아 막기가 어렵다는 것.
이 직원은 "어제저녁에 홍보 전단을 만들어 출입 차량을 대상으로 나눠주고 있다"면서도 "유아가 동승한 짝수차량은 들여보내고 있다"고 했다.
정부서울청사 지상 주차장에는 하루 400여 대 주차가 가능하다. 이중 약 3분 2가량이 청사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부모들의 차량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과 대검찰청 주차장에도 위반 차량이 눈에 띄었다.
차량 2부제 시행으로 대법원·대검찰청 주차장은 평소보다 한가한 상태였다. 건물 경비원들은 평소보다 주차 차량이 3분의 1 정도 줄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기도에 살거나 대중교통 이용이 힘든 일부 직원들이 짝수차량을 몰고 왔다고 한다. 한 건물 관리 직원은 "경기도는 오늘 대중교통편이 무료가 아니라 차를 그냥 끌고 왔다는 직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서울고검의 경우 검찰 직원 전용 주차장에 세워진 대다수 차량은 홀수 번호판이었으나 몇몇 짝수차량도 찾아볼 수 있었다.
경비 직원이 청사 출입로로 진입하는 '짝수차량'을 세워 "(2부제 면제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맞느냐"고 묻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선 2부제 위반 차량을 주차장 관리 직원이 막으며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운전자가 "2부제를 시행하는지 몰랐다. 5부제 아니냐"고 항의하며 시간을 끌자 결국 관리 직원이 차단기를 올려줬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만들어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 등을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청에선 2부제를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이었다.
서울시는 주차장 입구에 '오늘은 미세먼지 나쁨·서울형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로 주차장 폐쇄'라는 커다란 안내판을 세웠다.
주차장 관리 직원들이 짝수차량을 막아서 다른 곳에 주차하러 돌아가는 차량이 계속해서 눈에 띄었다.
주차 구획이 101개 있는 서울시청 지하 4층 주차장은 오전 8시 40분 현재 절반 정도가 비어 있었다. 서울시청 주차관리 직원은 "평소보다 주차장이 엄청나게 널널한 상태"라고 말했다.
공공차량 2부제가 시행됐지만 2부제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은 서울시청 안팎을 당당하게 오가고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동 때 서울시 하이브리드 관용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 아침에는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차량 2부제가 비교적 잘 지켜지는 모습이었다.
평소였으면 꽉 찼을 약 160면의 서울시교육청 주차장이 이날은 대부분 직원이 출근을 마치는 오전 9시까지도 절반 넘게 비어 있었다.
위반 차량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교육청 주차장 곳곳에는 짝수 번호판을 단 차량이 눈에 띄었다.
2부제 운영을 모르고 차를 가져온 짝수 번호판 운전자가 주차관리 직원의 설명을 듣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차를 되돌려 나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교육청은 이날 짝수 번호판 차량 주차를 막고 기존에 주차된 차량도 출차하도록 했다.
교육청 주차관리 직원은 "오전 9시 현재까지 20대 안팎 짝수 번호판 차량이 주차장까지 왔다가 되돌아갔다"면서 "주말이라 2부제 시행 사실을 듣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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