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을 무차별로 밀렵해 고기와 껍데기 등을 떼어낸 '바다의 집시'들이 말레이시아 해역에서 체포됐다.
15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해양경찰(MMEA)은 전날 야생보전법 및 이민법 위반 혐의로 소수민족인 바자우 족 남성 2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보르네오 섬 말레이시아령 사바 주 동부 항구도시인 셈포르나 인근 해상에서 최소 7마리의 바다거북을 밀렵해 해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배 부분이 뜯긴 바다거북의 사체가 바다에 떠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이들의 배에서 거북 포획 도구와 사체에서 떼어낸 신체부위 등을 발견했다.
바자우 족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사이에 있는 술라웨시 해를 떠도는 생활을 해 '바다의 집시'로 불리며, 바다거북을 사냥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체포된 남성들은 생활상 필요와 무관하게 돈을 목적으로 바다거북을 남획해 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지역에선 작년 9월에도 배딱지(배갑·腹甲)와 내장이 뜯겨나간 바다거북 9마리가 해변에 밀려와 비상이 걸렸다.
당시 사바 주 당국은 인근 섬에서 최소 100여 마리 분량의 바다거북 뼈를 추가로 발견하고 용의자로 지목된 바자우 족 수 명을 입건했지만,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전원 석방해야 했다.
바다거북의 배딱지는 한약재와 세공용 소재 등으로 쓰이며, 고기는 특이한 식재료를 찾는 이들에게 별미로 간주된다.
말레이시아 해경 당국자는 "지난해 셈포르나에서 적발된 외국인들은 바다거북의 배딱지와 등딱지, 고기 등을 갖고 있었다"면서 "이런 높은 수요 때문에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바 주에서는 2014년과 2015년에도 바다거북 80여 마리의 훼손된 사체가 코타키나발루 인근 티가 섬과 붐붐 섬 해안에 무더기로 밀려오는 일이 있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바다거북을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세계 각지에서 바다거북의 고기와 신체부위의 암거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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