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사 경영난 심각…부지 임대 등 살아남기 안간힘

입력 2018-01-16 07:00   수정 2018-01-16 07:21

일본 신사 경영난 심각…부지 임대 등 살아남기 안간힘
하루 수입 10엔짜리 동전 몇 개인 곳도
신사일 희망자 없어 한사람이 신사 100개 맡기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고유 종교인 신도(神道)의 제사(祭祀)시설인 신사(神社)들이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의 집단참배와 공물 봉납으로 유명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비롯, 일부 유명 신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사는 시설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방에 있는 신사일수록 운영난이 심각하다. 같은 씨족신을 모시는 친족(氏子)감소로 보시가 줄어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하루 수입이 고작 10엔짜리 동전 몇 개에 불과한 곳도 있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신사일(神職)에 종사하려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심한 경우 한사람이 100여 개 신사를 맡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HK에 따르면 고베(神戶)시에 있는 한 신사는 경내에 19층짜리 고층 맨션을 짓도록 업자에게 부지 일부를 빌려주기로 했다. 건물 1, 2층에는 사무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업체는 빌린 부지에 맨션을 지어 70년간 운영한 후 나대지로 만들어 다시 신사 측에 돌려 주기로 계약했다. 오피스 건물 속에 궁색하게 남게 될 이 신사는 헤이안(平安) 시대(793년부터 가마쿠라 막부가 성립할 때 까지 390년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신사지만 한신(阪神)·아와지 대지진 때 금 간 본당과 신사 사무소 등을 고쳐 지을 형편이 안돼 맨션부지를 임대하기로 했다. 2월부터 신사 본당 해체를 시작해 올해 10월 새 본당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맨션은 2~3년 후 준공할 계획이다.
신사 주지격인 구지(宮司)는 "신사를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라면서 "70년 후 돌려받을 토지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을 연결할 커뮤니티를 만드는 등 지역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신사 외에도 도시에 있는 신사 경내에 맨션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도쿄도(東京都) 내 복수의 신사 경내에 맨션건설이 이뤄지고 있고 교토(京都)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시모가모(下鴨)신사 부지 일부에 작년 5월 맨션이 들어섰다.
신사 경내에 맨션이 들어서고 있는 건 운영난 때문이다. 후지모토 요리오 국학원대학 신도문화학부 교수는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로 같은 씨족을 모시는 친족도 줄어들어 경영난에 빠지는 신사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지난 10년간 신사 수가 대략 300여 개 줄었고 상당수가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후지모토 교수에 따르면 신직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 한 사람이 100여 개 신사를 맡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친족 감소로 경영난에 빠진 신사들은 생존을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역시 헤이안 시대에 창건된 도쿄 아사쿠사(?草)에 있는 이마도(今戶)신사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내 일부를 주차장으로 운영해 그럭저럭 신사를 꾸려 왔으나 요즘은 부적 등의 판매를 통해 얻는 수입이 한 달에 고작 2천 엔(약 1만9천 원)인 달도 있다고 한다.
이마도 신사 관계자는 "절처럼 장례의식이나 법명을 주는 등의 수입원이 신사에는 없다"면서 "기도료라야 5천 엔 정도이고 복전함에 들어오는 돈은 하루 고작 10엔짜리 동전 몇 개인 날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궁리 끝에 이 신사는 인연을 맺어주는 신을 모시고 있다는 사실과 복을 부르는 고양이의 발상지라는 사실에 착안, 원 모양의 복을 부르는 고양이 2마리를 그려 넣은 발원(發願) 판자(?馬)를 제작해 히트했다. 점잖은 색 일색이던 부적 색깔도 컬러풀하게 바꿨다. 지금은 입소문으로 참배객이 늘어 전에는 없던 것이나 마찬가지이던 이들 제품 판매가 신사경영을 지탱할 정도가 됐다고 한다.

10년 전부터 시작한 인연을 맺어주는 모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인연 맺는 신사에서 행복해지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해 보자는 주지 부인의 아이디어로 남녀 18명씩이 모여 기도를 받은 후 전원과 대화하는 모임을 시작했다.
기도 덕인지 어쨌든 지금까지 8천 명이 등록해 100쌍이 결혼에 성공했다. 그러자 결혼식에 참석한 친척이 참배하러 오거나 결혼식장에서 신사가 보낸 비디오 메시지를 본 하객들이 참배하러 오는 등 참배객이 크게 늘었다. 요즘은 일본인뿐 아니라 홍콩이나 대만인도 많이 참배한다고 한다.
나라(奈良) 현 고세(御所)시 산속에 있는 가쓰라기미토시세(葛木御?)신사는 인터넷을 활용해 외지인 참배자를 늘리고 있다.
천 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100여 가구인 친족의 보시가 줄어 기도료 등을 합해 연간 수입이 50만 엔 남짓이다. 이래서는 신사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해 주지가 3년 전 인터넷을 이용한 크라우드 펀딩을 추진했다.
신사 부지 내 건물을 카페로 개조, 현지인의 모임 장소로 활용하면서 판매수익을 신사 운영에 보태기로 하고 모금에 나서 어렵지 않게 목표 100만 엔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해 오픈한 카페에서 수제 사탕을 제공하고 라이브 음악회와 무용 등의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그때마다 블로그에 올리자 소문이 널리 퍼져 현재는 참배객의 70%가 외지인이라고 한다.
NHK는 오랫동안 신성한 장소로 지역에 밀착해온 신사가 이제는 "신에만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필사적으로 생존책을 모색하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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