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보상 경력 등 카카오톡·문자메시지로 고객 동의없이 전달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다수의 손해보험회사가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 질병 이력과 같은 민감한 정보를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보험설계사에게 제공하고 있어 개인정보 남용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회사는 보험 가입 심사 과정에서 고객의 민감한 정보를 카카오톡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설계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설계사들이 받는 정보에는 고객이 언제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 언제 어떤 질환으로 입원했는지, 어떤 보험회사로부터 얼마나 보상받은 경력이 있는지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
예컨대 보험설계사가 보험 가입을 희망하는 고객의 기본 정보를 파악해 보험회사에 전달하면 "1708 자궁근종 1707 위식도질환 1507 소화불량 1509 폐경관련" 식으로 언제 어떤 질환으로 보험금을 받았는지 알려준다.
일부 회사는 설계사들이 로그인해서 보는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정보를 주고 있다.
설계사들이 보험에 가입 가능한 고객을 미리 걸러내거나 인수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사전에 준비할 수 있게 이런 정보들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정보가 일반적으로 접근이 제한된 보험사고정보시스템(ICPS)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라는 점이다.
ICPS는 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이력을 근거로 사고 일시, 사고 내용, 치료 이력 등이 모아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다. 보험개발원이 개발·운영하고 있다.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을 인수하거나 보험금을 지급할 때 참조하라고 집적한 정보다.
보험개발원은 관리 규약을 만들어 ICPS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이들을 사전에 등록하고 정보 열람자는 조회결과를 타인에게 전달하지 않는다는 준수 서약서를 쓰도록 하는 등 ICPS 정보 활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설계사는 개인정보 제공 대상도 아니어서 법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보험회사가 고객에게 받는 '가입설계를 위한 개인(신용)정보 처리 동의서'를 보면 정보를 제공받는 자로 대부분 '병원, 의원 등 건강진단 관련 업무를 위탁받은 자, 계약적부 조사를 위탁받은 자, 재보험사'로 돼 있다.
설계사는 고객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해도 괜찮다고 동의한 대상에 빠져 있다.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 타인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민감한 질병정보를 설계사에게 주는 것도 문제지만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 주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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