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목사의 날'도 골프장 간 트럼프…"대통령 전통깼다" 비판도(종합)

입력 2018-01-16 09:17  

'킹 목사의 날'도 골프장 간 트럼프…"대통령 전통깼다" 비판도(종합)
추모행사 참석일정 없어…봉사활동·기념행사 참석한 前대통령들과 대조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개인별장인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날'을 맞았다.
아이티와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을 겨냥한 '거지소굴(shithole) 언급으로 인종주의 파문에 휘말린 와중에서다. 이날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명연설로도 널리 알려진 미국의 흑인 민권 운동가인 킹 목사를 기리기 위해 연방 공휴일로 제정된 날이다.
지난 12일 마라라고로 떠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부터 이날까지 3일 연속 팜비치의 개인 소유 골프장인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을 찾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께 킹 목사를 기린 2분 30초가량 분량의 주간연설 동영상을 게재한 백악관 트윗을 리트윗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동영상에서 "킹 목사의 꿈은 우리의 꿈이다. 그것은 아메리칸 드림이기도 하다"며 "그것은 우리나라의 바탕을 수놓고, 우리 국민의 가슴에 아로새겨진, 그리고 인류의 영혼에 쓰인 약속"이라고 킹 목사를 추모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킹 목사의 조지아 주 애틀랜타 출생지를 '국립역사공원'으로 지정하는 데 서명했으며, 12일에는 마라라고로 떠나기 전 킹 목사의 조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날'을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별도의 추도 행사 참석 없이 여느 공휴일처럼 골프장에서 보낸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도 고개를 들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암살당한 흑민 민권 운동가의 가족들이 그를 기리는 방식으로 권고해온 추모행사에 참석하는 대신 자신은 인종주의자가 아니라고 외친 뒤 다른 연휴 때와 마찬가지로 골프장에 갔다"며 "오후에 별도 추모행사를 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썬 공식 스케줄은 비어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WP는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쳤는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며 백악관 측에 대통령의 추가 일정도 문의했으나 역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 CNN 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공익적인 활동이나 지역사회 봉사'를 하면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날을 기념하라고 한 자신의 요청을 스스로 무시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미 ABC뉴스는 골프장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일정이 대통령의 전통을 깼다며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이 기념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소개했다.
ABC에 따르면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 전직 대통령들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날'에 주로 킹 목사의 삶을 기리는 활동을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워싱턴DC 지역 고등학교 벽에 페인트칠하는 등 봉사활동을 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흑인 성직자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고 킹 목사를 기념하는 여러 행사에 참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무료 급식소 봉사, 가족 보호시설 벽화 그리기 등의 활동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공화·민주 의원 6명과 만나 이민개혁 해법을 논의하던 중 아이티 등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해 "우리가 왜 거지소굴 같은 나라들에서 이 모든 사람이 여기에 오도록 받아줘야 하느냐"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으며, 인종주의 논란이 확산하자 14일 기자들과 만나 "난 인종주의자가 아니다. 난 여러분이 인터뷰한 사람 중 가장 덜 인종주의적인 사람"이라고 부인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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