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작년 말 올해 초 경비원·미화원 310여 명 해고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울산의 아파트 경비원과 미화원 중 장애인과 70대 이상 노인이 대거 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최약자층인 장애인과 노인이 최저임금제의 희생양이 돼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울산 공동주택 경비위탁관리협회와 주택관리사협회 등에 따르면 지역의 150가구 이상(의무관리 대상) 아파트 400여 곳에 4천500여 명의 경비원과 미화원이 일하고 있다.
이들 경비원이나 미화원 중 장애인은 120명가량이다. 이들 중 42%인 50명가량이 최저임금 여파로 지난해와 올해 초 아파트 자치회로부터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70대 이상 노인은 450여 명인데 이들의 60%인 260∼270명이 해고된 것으로 추산됐다.
70대 이상의 나머지 대다수도 상반기나 올해 중 퇴직 조건으로 한시적 근무를 하는 등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일자리는 비장애인과 나이 어린 사람들이 메꿨다.
이들을 해고한 아파트 자치회들은 최저임금을 올렸는데 몸이 불편하거나 거동이 빠르지 않은 사람을 계속 고용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아파트 자치회 관계자는 "입주민도 직장에서 경비원의 임금만큼 월급을 못 받는 데 몸이 불편한 사람을 고용할 이유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또 최저임금 적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비원의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을 온전히 적용해 임금을 주는 아파트를 찾기 어렵다.
울산지역 경비원의 경우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을 적용해 월 평균 임금이 220만원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월 평균 임금 190만원 수준보다는 20만∼30만원정도 인상된 셈이다.
하지만 근무시간을 따져볼 때 인상된 임금 220만원은 매우 박하다.
경비원들의 경우 2명이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한다. 한 사람이 격일로 24시간을 다 근무했다고 가정하고 심야 근무수당을 참작해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5천730원)을 적용하면 320만원을 넘게 받아야 한다.
이들이 받는 실제 임금과 100만원 정도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일부 아파트에서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비원의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근무시간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점심이나 저녁 식사 시간을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나 2시간씩으로, 심야 휴식시간을 4시간에서 5시간이나 6시간으로 각각 늘렸다.
토요일에 경비원을 쉬도록 하는 아파트도 늘고 있다.
울산의 한 아파트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경비근무를 없애기도 했다.
최근 아파트 경비원에서 해고된 김모(71)씨는 "계속 일할 수 있기 바랐지만 관리사무소에서 인건비 부담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해고했다"며 "70세 이상은 홀로 살거나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나부터 당장 생활비가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lee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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