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일자리수석 방문에도 "협상할 성격의 문제 아냐" 기존 노선 유지
민주노총은 "입장 변화 기대…대화로 해결해야"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대학들이 정년퇴직 등으로 감소하는 청소·경비 노동자 자리를 단기 근로자, 즉 아르바이트생으로 대체하는 와중에 청와대가 중재에 나섰으나 대학과 노조는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
16일 연세대, 고려대, 동국대, 홍익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은 "기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 대학은 지난해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임금을 현행 최저임금보다 높은 7천780원으로 인상한 뒤 올해 들어 정년퇴직하는 노동자의 자리를 알바생으로 채우고 있다.
심지어 홍익대의 경우 기존 노동자를 해고하고 대학원생 등 학생들을 청소에 동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각 대학의 노동자들로 노동조합을 결성한 민주노총은 대학들이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를 인원 감축으로 보전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연세대를 방문해 "대학이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이날 살펴본 대학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연세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존에 계시던 노동자분들께 전혀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은 것"이라며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 문제는 협상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방법을 쓰는 것"이라며 "정년 도래하는 직원 자리를 줄이겠다는 부분은 지난해 임금 협상 당시 노조 측에 설명했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70세 정년 보장, 용역업체 변경 시 인원 승계,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 등 민주노총의 요구는 모두 받아들였다"며 "다만 정년 도래 시 신규 인력을 뽑으면 비용이 너무 늘어나니 그런 부분은 경영 효율화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반 수석과 연세대 측이 만난 자리에서 대학 측은 반 수석에게 고용 유지를 위해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거나 등록금 인상을 허용할 것인지 등을 되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의 경우 등록금을 10년째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재정 증가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 문제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대 관계자도 "각계에서 여러 얘기가 나오고 그중에서는 적립금을 풀라는 얘기도 있는데, 적립금은 기부자들이 정해준 용도 대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어서 함부로 쓸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학들이 천문학적 적립금을 쌓아두고 노동자들을 상대로 돈을 아낀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고려대도 청와대 수석의 연세대 방문 등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기존 입장을 유지할 방침이다.
동국대도 "재정적 문제로 (청소·경비 노동자) 충원은 없다"고 못 박았다. 숭실대와 홍익대는 학교가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라며 용역업체가 해결할 문제라고 밝혔다.
노조는 청와대의 중재 노력을 반기면서 대학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청소·경비노동자 노조를 이끄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관계자는 "일자리수석의 대학 방문은 일자리 보장과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부의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청소노동자 등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챙겨야 할 텐데, 보여주기 식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며 "정부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대학이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대학 평가에 비정규직 비율, 노동조건 점검 등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대학들한테 낚인 것"이라며 "여러 대학에서 한꺼번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로 봤을 때 대학들이 카르텔을 만든 것이다. 우리를 볼모로 잡고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최다혜 조직부장은 반 수석의 연세대 방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부장은 "변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며, 학교들의 입장이 바뀌는지에 따라 우리 계획도 수정될 수 있다"며 "사회적 문제가 됐으니 학교도 입장 변화가 있을 거로 기대한다. 대화로 해결하자는 우리 입장은 언제나 같다"고 밝혔다.
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