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2013년 말레이시아령 보르네오섬 동부 일대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무장투쟁을 벌인 필리핀인 9명에 대해 말레이시아 연방법원이 사형을 확정했다.
16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말레이시아 연방법원은 자국을 침략한 혐의로 기소된 필리핀 남부 술루족 9명의 상고심에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가장 적절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교수형에 처할 피고인에는 '술루 술탄국'의 마지막 통치자를 자칭했던 필리핀 술루족 지도자 자마룰 키람 3세의 아들 바사드 마누엘(42)과 조카 아밀바하 후신 키람(54)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보르네오 섬 사바 주의 영유권을 되찾겠다면서 2013년 초 부족원 200여명을 사바 주 동부 해안도시인 라하드 다투에 잠입시켜 무장농성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전투기까지 동원해 이들을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술루족 63명과 말레이시아 군경 9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사바 주의 영유권을 두고 수십년간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런 까닭에 현지 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양국의 영토분쟁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보르네오 섬을 영향권에 두고 있던 술루 술탄국은 1878년 말레이시아를 식민 통치하던 영국 노스보르네오컴퍼니와의 계약을 통해 사바 주의 영구 점령권을 영국에 넘겼다.
술루 술탄국은 1915년 미국이 필리핀 전역을 식민지화하면서 주권을 상실했으나, 영국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말레이시아는 해당 계약이 계속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술루족들에게 매년 5천 링깃(약 134만원)씩을 지급해 왔다.
필리핀 남부 술루 제도에 주로 거주하는 술루 족들은 이 계약의 성격이 '임대차'라고 주장하며 말레이시아에 사바 주를 반환할 것을 요구한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와 글로리아 아로요 등 역대 필리핀 대통령 다수도 이런 주장에 동조해 말레이시아와 갈등을 빚었으며,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사바 주를 무력으로 되찾기 위한 비밀 민병대를 육성하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2016년 6월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필리핀 대통령도 당선자 신분이었던 같은해 5월 사바 주의 영유권을 주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말레이시아 정부의 반발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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