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년] ④"대통령직 정의가 달라졌다"…파격의 통치스타일

입력 2018-01-17 08:00   수정 2018-01-17 10:16

[트럼프 1년] ④"대통령직 정의가 달라졌다"…파격의 통치스타일
'예측불허·좌충우돌' 트윗정치…기존 질서·통념 뒤짚는 '리얼리티TV쇼'
"모든 건 내가 결정한다"…국가 경영·외치도 '기업 하듯'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트럼프의 취임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 미국 대통령직의 정의가 완전히 달라졌다."
미 ABC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년을 이렇게 압축했다. 부동산 재벌 출신 '아웃사이더'에서 세계 최강국 정상자리에 오른 그는 말 그대로 기존의 질서와 통념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전무후무한 통치스타일로 전 세계를 불안과 혼란, 충격에 빠트렸다.
CNN 방송은 이를 두고 단순한 파격을 넘어선 정상의 비정상화라고 혹평했다.
예측불허에 좌충우돌식으로 튀는 언행은 현란한 한편의 '리얼리티 TV쇼'를 방불케 했고, 엄포와 위기 조성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거래의 기술로 철저히 이익을 추구하는가 하면 필요할 경우 최측근도 매몰차게 내치는 비즈니스맨 스타일도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첫 부인 이바나 트럼프마저 영국 ITV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을 기업처럼 경영한다"고 했을 정도다.
대선 기간 "워싱턴의 오물을 빼내겠다"는 구호로 정치 기득권세력에 대한 전면전을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과 치유를 말하는 대신 이전의 미국과 세계의 실상을 묘사하며 '살육'(Carnage)이라는 용어를 꺼내 든 그 순간부터 전임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걷는 차별화가 시작된 셈이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이 어떻게 했는지는 좀처럼 물어보지 않는다"고 전한대로 지난 1년간 기존의 것은 철저히 무시됐다. '공약 이행'을 명분으로 내건 전 '오바마 뒤집기'와 '트럼프 어젠다' 강행 시도도 끊임없는 논란을 야기했다.
여과되지 않은 분노와 선동, 과장과 자기과시의 트럼프식 언어는 지지층 결집 못지않게 편 가르기와 분열의 반작용을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대선 경쟁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정적은 물론이고 친정인 공화당 내 반대파와 '가짜뉴스'로 규정한 비우호적 주류언론,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공개적 비난의 대상이 됐다.
샬러츠빌 유혈 폭동 사태와 미국프로풋볼(NFL) 무릎 꿇기 논란, 그리고 '거지소굴'(Shithole) 발언 파문에 이르기까지 그가 내뱉은 '공격의 언어'들은 인종주의 논란을 자초하며 발목을 잡기도 했다.
대통령 역사학자인 줄리언 젤라이저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새로운, 통제 불능의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대통령직에 새롭게 도입했다"며 "진실이 아닌 것을 얘기하는데도 거리낌이 없는 등 다른 대통령이 하지 않았던 것들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식 통치를 논하면서 '트윗 정치'를 떼놓기는 어렵다.
주류언론에 대한 불신에 따른 대중과의 직접 소통 욕구와 거침없고 즉흥적인 특유의 스타일이 결합하면서 트위터는 메시지 발신의 주요 창구가 됐다.
'리틀 로켓맨', '핵 버튼' 등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향한 말 폭탄을 포함, 중대 발언의 상당수가 트윗을 통해 먼저 전파를 탔다. 이 때문에 아침마다 날리는 '폭풍 트윗' 은 '트럼프 리스크'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전 세계를 흔들어놨다.
트윗 정치는 체계적 시스템보다 대통령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트럼프 행정부 의사결정 구조의 단면을 비추는 대목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모든 것은 내가 직접 결정한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대통령이 내뱉은 말을 장관이나 참모들이 주워담으며 수습에 나서거나 엇박자가 심심찮게 연출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홍역처럼 휩쓸고 간 백악관 내 권력 암투가 국정의 걸림돌로 작용하자 개국공신그룹을 포함한 측근들을 잘라내고 군 장성 출신의 켈리 비서실장을 기용하는 용인술을 구사했다.
그러나 한때 오른팔로 불리던 백악관 수석전략가 출신 스티브 배넌이 올 초 워싱턴 정가를 강타한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에 기술한 비사로 정치적 치명타를 입는 등 측근의 축출과 배신이 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책 내용은 난데없는 정신건강 논란에도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식 통치스타일은 내치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그대로 투영됐다.
대북 대책이나 무역 정책에 있어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을 통해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돌연 극적으로 선회하는 등 냉·온탕을 어지럽게 오가는가 하면, 이란 핵 합의 불인증, 예루살렘 수도 선언 등의 '폭탄 결정'으로 한바탕 벌집을 쑤셔놓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첫 아시아 순방에서는 대대적인 무기 세일즈로 비즈니스맨의 속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거의 100년 만에 취임 첫해에 단 한 번도 국빈초청을 하지 않은 미국 정상이라는 기록을 세운 것도 '과거와의 단절'을 공언한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 초에는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는 여야 회동에서 '거지소굴' 발언을 해 엄청난 파문을 야기했다. 여과되지 않은 발언으로 충돌과 긴장을 야기하고 적을 양산하는 그의 부정적 단면이기도 하다.
집권 2년차를 맞는 트럼프 대통령이 1년 간의 대통령 경험을 통해 달라진 면모를 보여줄지 주목되고 있으나, 당장 그런 기대가 낮은 것이 워싱턴 분위기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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