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人] '정선 알파인스키장 눈(雪) 지킴이' 심정섭 매니저

입력 2018-01-19 06:22  

[평창人] '정선 알파인스키장 눈(雪) 지킴이' 심정섭 매니저
아르바이트가 직업으로…12년 경력의 제설 전문가




(평창=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스키장 제설장비 아르바이트 경력까지 따지면 벌써 12년 넘게 눈(雪) 만들기를 해왔네요."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에 자리 잡은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종목에서 첫 번째 금메달리스트가 배출되는 곳이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슈퍼대회전과 회전이 치러지는 2개의 실전 슬로프와 2개의 연습용 슬로프 포함해 총 4개의 슬로프로 구성됐다.
이곳에서는 내년 2월 11일 남자 슈퍼대회전 남자부에서 알파인 스키 종목 첫 금메달이 나온다. 유력한 우승후보로는 오스트리아의 '지존' 마르셀 히르셔가 손꼽힌다.
이 때문에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다른 설상 종목 경기장보다 더 서둘러 대회 준비에 나섰고, 이미 공정률 100%, 제설량 100%를 모두 채웠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목표 제설량은 130만㎥로 축구장 넓이에 100m 높이의 눈을 쌓은 것과 비슷한 양이다. 이 눈은 자연설이 아닌 모두 '인공 눈(雪)'이다.
자연설은 눈의 입자가 굵어서 알파인 종목에 적합하지 않아 경기장 코스는 모두 '인공 눈'으로 만든다.
이 때문에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지난해 11월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인공 눈' 만들기에 나섰고, 평창동계조직위원회 경기장운영부 설상경기장운영팀 소속의 '스노 메이커' 심정섭(32) 매니저는 석 달 넘게 밤낮없이 양질의 '인공 눈' 만들기에 구슬땀을 흘렸다.
심 매니저의 이력은 독특하다.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심 매니저는 어릴 때부터 스키장이 놀이터나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시절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한 '눈 만들기'가 직업이 됐고, 이를 통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에 힘을 보탤 '제설 전문가'로 변신했다.
심 매니저는 "원래 고향이 평창이라서 눈을 많이 보고 자랐다"라며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할 때는 슬로프의 돌멩이를 줍고 잔디도 가꾸고 꽃을 나르고 했다. 그러고 경력이 쌓이면서 스키장 장비 정비를 배웠다. 병역을 마치고 나서 22살 때인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제설을 직업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제설을 배울 때는 좌충우돌도 많았다.
심 매니저는 "제설기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밤새 기계를 돌렸는데 눈의 입자가 너무 작게 만들어져 주변이 모두 얼어붙는 통에 스키장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 많이 혼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어느새 눈 만들기 경력도 아르바이트 생활을 합치면 12년이 넘으면서 '눈 만들기' 전문가로 인정을 받아 평창조직위에 합류하게 됐다.
2015년 8월 조직위에 합류한 심 매니저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 배치받고 2016년 2월 테스트 이벤트에 대비해 곧바로 제설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스키연맹(FIS)이 우리의 기술을 못 미더워해 요구 사항이 많았다"라며 "눈의 양과 질 때문에 신경전도 많이 벌였지만 지금은 우리의 기술을 인정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고향이 평창인 만큼 어릴 때부터 추위에 유달리 강한 것도 그에게는 큰 장점이다.
심 매니저는 "직업 자체가 야외에서 늘 지내야 하다 보니 추위와 싸움이 가장 힘들다"라며 "그래도 요새는 방한복의 성능이 좋아서 견딜만하다. 일반인들보다는 추위를 잘 견디는 편"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잘 만들어진 눈을 보면 성취감이 크다. 어릴 때 선배들에게 눈을 만들다 실수해서 혼도 많이 났다"라며 "책을 통해 이론으로도 배우지만 선배들에게 배우는 부분이 더 많다. 이미 두 차례 테스트이벤트를 치르면서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인공 눈(雪)은 인증을 끝냈다. 성공적인 올림픽을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미혼인 심 매니저는 "평창 올림픽 경험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많은 보탬이 될 것"이라며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여기 눈은 아빠가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horn9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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