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최저임금 시행, 너무 격하게 몰아붙이지 말아야

입력 2018-01-16 20:16  

[연합시론] 최저임금 시행, 너무 격하게 몰아붙이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임금체불 사업주에게 적용해온 명단 공개와 신용제재를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까지 확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최저임금 위반 업주는 명단 공개와 함께 구인활동(3년)과 금융 대출(7년) 제한의 불이익을 당한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중소기업주와 소상공인의 심리적 부담이 가중될 것 같다.

고용부는 "(최저임금 위반과 임금체불은) 도덕적 지탄을 넘어 법을 위반하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명단 공개와 신용제재를 통해 산업현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모든 행정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런 방침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도 들어 있다. 정부와 별도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해 11월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현행 최저임금법에도 위반 사업주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추가 제재가 이중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기·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감내하려고 노력하는데 정부가 오히려 사업주의 심리적 부담을 가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법정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불법이다. 특히 지급 능력이 충분한데도 편법을 동원해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악덕 사업주는 엄벌해야 한다. 하지만 임금을 제대로 주고 싶어도 형편이 안 되는 사업주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용실·주유소·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사업주 10명 중 8명꼴은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했다. 2016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은 근로자가 전체의 13.6%인 266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전체 23.6%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업종별로 사정도 다 다를 텐데 최저임금 위반을 무조건 범법으로 간주하는 게 사리에 맞는지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2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면서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됨에 따라 중소기업인·소상공인·자영업자 가운데 부담을 느끼는 분이 많다"면서 "각 부처는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현장의 정책 체감도를 높이는 노력을 병행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당부가 아니더라도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를 무차별적으로 강경하게 대하는 것은 좋지 않다. 좋은 정책이라 해도 너무 몰아붙이는 식으로 하면 애초의 취지가 퇴색하기 쉽다. 최저임금 시행 과정에서 대응 강도를 올리더라도 단계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가 최저임금 대책으로 일자리안정기금 3조 원을 마련했지만 수혜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어려운 사업주들한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서둘러 보완했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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