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키코구제 등 이견 의식한 듯…"합리적 방안 마련" 달래기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금융위원회 간부들이 17일 외부 인사들로 구성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들을 초청해 혁신위 권고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금융위는 이날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윤석헌 혁신위원장 등 혁신위원들을 초청해 명동 은행회관에서 조찬간담회를 했다.
김 부위원장은 간담회에서 "혁신위 권고 사항은 금융산업과 금융당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시장 열망이 반영된 소중한 목소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권고 이행 계획을 조속히 확정해 충실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혁신위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지난해 8월 구성됐다. 9차례 회의를 거쳐 4개 분야 73개 과제로 만든 혁신 권고안을 지난달 20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각 권고안 전담자를 지정해 이행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간담회에도 각 권고안 담당 국장들이 참석했다.
다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 부과 등 혁신위가 제시한 몇몇 과제에 금융위는 현행법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민간 금융회사 근로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에도, 외환 파생상품인 키코(KIKO) 거래 피해자 구제 요구에도 사실상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융위가 권고안 핵심을 비켜가면서 혁신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금융위가 '혁신위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가 지난 15일 혁신위 권고에 따른 구체적 실행 방안을 발표하면서 최 위원장이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등을 두고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일각에선 혁신위 권고안이 다소 이념 편향적이거나 여론에 편승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경제적 논리나 정합성을 따지지 않은 채 현 정권 지향점과 정치적으로 '코드'를 맞췄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혁신위원들은 간담회에서 "이번 권고안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금융을 바라보고, 혁신 과제를 마련한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들은 "당장 실천이 어려운 과제라도 권고안 취지를 잘 살려줄 것을 요청한다"고도 말했다.
금융위는 대출 원금 연체 때 변제 순서 개선 방안과 개인 신용평가체계 개선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한다. 금융권 채용실태 점검 결과도 관계 부처와 함께 공개한다.
1분기에는 금융위 직원 행동강령과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 등을 마련하고,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령 개정안과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제정안을 상반기 국회에 제출한다.
하반기에는 서민금융 체계를 개편하고, 행정지도 등 금융규제 운영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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