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계기 잘 관리하며 비핵화 대화 견인토록 미국과도 긴밀 협의"
"위안부 문제 일본의 변화, 세월 흐르면 성숙화된 입장 나올 수 있어"
(밴쿠버=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북한의 평창 참여를 위한 남북대화가 국제사회에서 같이 가는 제재·압박의 틀과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대한 외교장관 회의'(약칭 밴쿠버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회의 종료 후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기회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두고 준비해야 겠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번 회의의 분위기에 대해 "최근 시기적으로 남북대화가 재개된 상황을 다들 환영하고, 평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바란다는 모든 장관들의 의지가 있었다"면서 "앞으로 남북대화가 진행되면서 비핵화 대화,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견인하기 위한 노력을 우리가 기울인다는데 많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과는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일부러 양자(회담)를 만들어 하는 것보다 하루 종일 더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평창 참가를 준비하며 유익했던 회의였다고 강 장관은 평했다.
-- 일부에서는 (안보리) 결의를 넘어서는 일방 제재, 최대화된 제재 같은 얘기가 나온다. 대화와 제재를 놓고 참가국들의 인식에 차이가 있는 건가.
▲ 제재와 압박도 외교적 수단이지 북한에 벌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외교적 수단으로서 제재와 압박이라는데 의견의 일치가 있고 결국엔 대화를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 도발에 대해 제재와 압박이 있지만 동시에 북한이 방향을 바꿀 경우에는 훨씬 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두 가지 메시지를 우리가 계속 발신해온 것이다.
도발에 대해서는 분명히 안보리 통해 제재를 행동으로 보여줬고, 비핵화 대화에 나올 경우에는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같이 발신했던 것이 주효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지금 어떤 형태로든 대화에 나온 것이다. 올림픽 참가를 놓고 남북대화에 나왔지만, 이번 기회를 올림픽 기간에 잘 관리하고 유지하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논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통의 인식을 오늘 장관들과 공유했다.
-- 틸러슨 장관은 한국과 미국의 전략이 다르지 않다고 하면서 최대압박 전략에 한국이 동참하고 있고, 이 최대압박 전략이 우리가 해야하는 전략이라고 했다. 압박을 통해 북한에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정말 너무 힘들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도 했는데, 우리는 평창 계기로 먼저 대화를 시작한 투트랙이다. 미국은 선제재 후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 카드를 들고 나와야 하는 걸로 받아들였는데 차이가 있나.
▲ 제재와 압박은 경제적 측면이다. 북한이 올림픽, 패럴림픽 온다는 건 모두가 환영하고 지난 9일 대화의 결과에 대해 모두 평가를 하고 있다. 북한의 평창 참여라든가 평창 성공 개최에 공통의 염원이 있기에 우리가 북한의 평창 참여를 위해서 하는 남북대화가 국제사회에서 같이 가는 제재 압박의 틀과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평창 계기로 남북대화 무드가 되면서 한미 군사훈련을 4월로 연기했는데 훈련이 재개됐을 때 어떤 도발이 있을 수 있고 그전의 대화무드가 거꾸로 갈 거라는 우려가 있다. 4월까지 골든타임으로 봐야 하고, 그전에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걸 세계에 보여줄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기회인 것 맞다. 그렇지만 특별히 낙관한다 비관한다 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두고 준비를 해야 겠다. 4월 이후 상황이 더 악화돼서 북한이 다시 대화를 거부하고 단절한다든가 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평창으로 생긴 대화의 모멘텀을 남북사이에 잘 관리해야 겠지만, 미국이 바라는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그런 모멘텀이 조성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나가면서 북한과의 평창 대화, 그 이후의 대화를 이끌어나갈 생각이다.
-- 틸러슨 장관은 외교적 수단 다음이 군사적 수단이라 했다. 군사적 행동까지 갈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또 전쟁에 대해 너무 맘놓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도 나왔다. 북한이 비핵화 대화로 나오는 게 우리의 가장 큰 목표라고 했지만 군사적 수단이란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으니까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 군사적 옵션이란 건 일단 우리의 억지력이다. 한미연합 방위태세, 우리 스스로가 갖고 있는 국방 억지력, 그래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우린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대통령께서 늘 말씀하시는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 위에 우리가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얘기할 때 군사적 옵션은 억지력 차원에서, 준비태세 차원에서 하는 얘기다. 그렇지만 결국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된다.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하는 건 우리의 확고한 철칙이다. 외교적 해결로 나가기 위한 압박 제재 캠페인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오늘(회의)의 의미가 있다.
-- 일본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과 조찬 회동을 했는데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 오늘은 그냥 서로 편하게 얘기하기 위해 비공식으로 조찬모임을 했다. 여러가지 현안, 위안부 합의 발표 이후의 그런 상황에 대해 얘기했고 평창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자세한 얘기는 서로 세부적으로 공개를 안하기로 했다.
-- 위안부 문제 관련해 일본과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표현했는데, 일본에서는 이게 중장기적으로 갈 것도 아니고 더 이상 얘기할 게 없다고 완고하게 나온다. 일본의 태도변화를 추구할 수 있을까.
▲ 상황이라는 게, 또 양국의 입장 이런 게 발표 직후에 나오는 그런 입장하고 좀 세월이 흐른 다음에, 바뀐 상황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좀 더 성숙화된 다져진 그런 입장이 나올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 입장은 지난번 합의로서 이 문제가 해결된 건 절대 아니라는 거다. 특히 피해자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기본적으로 인권의 문제를 정부간 어떤 정치적 협상으로 해결을 하려고 했다는 시도 자체가 사안의 본질에 비춰봤을 때는 잘못된 방법이었다.
이번의 검토결과 분명히 결론이 나온 것이고 그렇기에 우리가 일본에 대해 더 이 문제를 놓고 협상을 한다거나 추가적인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이 된 거다. 이게 정부와 정부 사이에서 무슨 협상으로 될 일이 아니니까.
일본은 거기에 대해 정부 입장이 나오는데 그럼에도 일본은 우리한테 중요한 이웃이고 이 문제에 인식의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경제협력, 실질협력 이런 데서는 우리가 투트랙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지닌 거다.
고노 외상과는 그런 면에서 좋은 의견을 많이 나눴다. 특별히 합의를 이룬 건 아니지만 서로 앞으로 좀 나아가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 일본은 투트랙을 수긍하나.
▲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석을 하고 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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