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미세먼지 차량2부제 민간도 의무화 추진…실효는 논란(종합)

입력 2018-01-17 18:08   수정 2018-01-17 19:06

환경부, 미세먼지 차량2부제 민간도 의무화 추진…실효는 논란(종합)
국회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에 '미세먼지 특별법' 계류
미세먼지 60∼80%는 중국발·차량의 유발 비율도 적어 반발 거셀듯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환경부가 수도권뿐만 아니라 다른 대도시 지역에서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고, 차량 2부제를 민간으로 확대해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덮치는 미세먼지의 상당 비율은 중국발이고, 자동차에서 미세먼지가 나오는 비율은 제한적이어서 실제 효과는 적은 정책이라는 반발도 많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17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수도권에서 다른 대도시까지 적용하고, 수도권 행정·공공기관 임직원에만 의무화한 차량 2부제도 민간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환경부는 실효성 있는 차량 2부제 시행을 위해 위반 시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영업용 차량은 차량 2부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환경부는 지난해 9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할 때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비상저감조치를 현행 수도권·공공 부문 중심에서 수도권 외 지역과 민간 부문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대책을 처음으로 수립했던 지난해 2월에도 이르면 올해부터 차량 2부제를 민간에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 법안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국회 환경노동위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환경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승용 자동차의 2부제 운행 등 긴급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개인차량의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하는 방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차량 2부제 확대는 국민의 공감대가 중요하고 관련 법률이 마련돼야 하는 만큼 비상저감조치 개선 방안을 검토할 때 지방자치단체들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는 당일 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나쁨' 수준이고, 오후 5시 기준의 다음날 초미세먼지 예보 역시 '나쁨'일 경우 수도권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저감조치는 지난해 12월 30일 처음 시행된 이후 15일, 17일에 이어 18일까지도 시행된다. 이번 주에만 벌써 세 번째로, 사상 첫 이틀 연속 시행이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공공 부문에 한해 차량 2부제, 대기 배출 사업장·공사장 단축 운영 등이 실시된다. 차량 2부제 시행 때는 짝숫날에는 차량 끝 번호가 짝수인 차량만, 홀숫날에는 홀수인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선 두 차례의 차량 2부제와 달리 18일에는 짝수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따른 차량 2부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한 바 있다.
중국 베이징시는 2015년 12월 8∼10일 대기질 중오염 긴급대응책에 따라 처음으로 적색 경보를 발령하고 차량 2부제 등의 비상조치를 시행했다. 베이징에서는 행정구역 내 순전기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홀짝제를 실시했고, 화물트럭 등 대형자의 운행은 전면 금지했다. 베이징시 정부, 사회단체, 국영기업 등의 관용차의 경우 차량번호에 상관없이 80% 운행을 중단시켰고, 이를 위반한 차량에는 벌금 100위안(한화 1만8천 원)을 물렸다.
프랑스 파리는 2015년 3월 23일 미세먼지 PM10 농도가 유럽연합(EU) 환경기준(50㎍)을 넘을 것으로 예보되자 파리와 주변 지역에 차량 2부제를 실시했다.
당시 적용 대상 지역에서 2부제 시행은 물론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했고, 대중교통은 무료로 이용하도록 했다. 750여명의 경찰을 동원해 2부제를 단속했고, 위반 차량에는 22유로(한화 3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한편 불복할 경우 견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때 인천시내 전역에 차량2부제를 시행하고 위반 차량에는 과태료 5만원을 부과했다. 2002년 월드컵 때도 수도권에 강제 차량2부제로 교통량이 19.2% 줄어 미세먼지 농도가 21% 감축됐지만 이는 초미세먼지가 아닌 미세먼지 기준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강제로 2부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이 중국발인 만큼 국내 조치만으로는 실효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7월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내놓은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기여율은 5∼6월 초여름에만 평균 34%였지만 영향이 컸던 날은 60%를 웃돈 적도 있었다. 겨울 난방철에는 중국의 기여율이 더 높아진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수도권에 발생한 강력한 초미세먼지에서 중국발 스모그의 영향이 65∼80%였다고 지난해 1월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 규제만으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일 뿐더러 민간 확대를 위한 법안 통과에는 국회에서 여야 이견으로 상당한 진통이 있을 수 있으며 일반 국민의 저항도 거셀 전망이다.
차량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전체의 11% 수준에 그치는데도 2부제를 강제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도 많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년 발표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보고서'를 보면 국내 미세먼지의 원인은 ▲ 공장 등 사업장(41%) ▲ 건설·기계(17%) ▲ 발전소(14%) ▲ 경유차(11%) ▲ 비산먼지(6%) ▲ 기타(11%) 순으로 차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4위에 그쳤다. 다만 공장이나 발전소가 많지 않은 수도권으로 범위를 좁히면 경유차가 29%, 건설·기계가 22%, 냉·난방이 12%, 발전소가 11%를 차지했다.



soho@yna.co.kr,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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