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면 인지능력 떨어지지만 '정상범위'"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임신부 건망증'은 미신인가 사실인가.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임신부가 꽤 많고, 임신하면 인지능력이 어느 정도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 등에 따르면 다만 인지능력이 저하돼도 정상범위에 있으며, 실제 일상생활에서 건망증 등을 일으키는지 실체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호주 과학자들이 밝혔다.[https://medicalxpress.com/news/2018-01-baby-brain-real-mysterious.html]
임신부 상당수가 아기를 배기 전에 비해 잘 잊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정신이 마치 안개가 낀 듯 흐릿하고, 책 읽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을 한다.
서양에선 '임신부 뇌'(pregnancy brain)나 '아기 뇌'(baby brain) 또는 엄마(mom)와 건망증(amnesia)의 합성어인 '엄마건망증(momnesia)으로도 표현한다. 과학계에선 이런 현상의 실체 여부에 대한 주장이 엇갈린 상태다
미국심리학회지에는 임신부 50~80%가 이런 경험을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실린 바 있다.[http://www.apa.org/monitor/2008/09/pregnancy.aspx]
미국 채프먼대학교 팀은 2011년 호르몬의 극심한 변화와 태아의움직임이 뇌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미국 브리검영대학 마이클 라슨 교수팀은 2014년 임신3기와 출산 후 3개월째, 비(非)임신 여성의 인지능력을 비교 평가한 결과 사실상 차이가 없었으며, 미세한 차이도 생물학적이기보다 주관적·심리적 느낌이라고 밝혔다.[http://www.tandfonline.com/doi/abs/10.1080/13803395.2014.912614#.VSUCOfnF_HW]
임신으로 수면과 생활이 바뀌며 스트레스를 받고 너무 피곤해서 일어나는 정서적 변화로만 여기거나, 이른바 '산파들과 임신부들 사이에 전해지는 일종의 미신'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공동연구팀은 여성 25명의 임신 전후 뇌 상태를 컴퓨터단층(CT) 촬영해 분석한 결과 임신부의 특정 부위 뇌 회백질이 '상당 수준' 줄었다고 2016년 발표해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이런 뇌 구조 변화는 아기와의 교감·보호능력과는 관련이 있으나 기억력 감퇴와는 관련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호주 디킨대학교 연구팀은 이와 관련한 기존 연구논문 20편을 종합적·체계적으로 분석, 임신부 건망증은 현상으로서 일정 부분 실재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학술지 '호주의학저널'(MJA)에 발표했다.
이 논문들은 임신부 총 709명, 비임신부 총 521명을 대상으로 인지기능 변화를 조사했다. 여기서 인지기능은 "기억, 집중, 실행 기능, 정보처리속도, 언어와 시공간 지각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뇌의 처리 과정을 포괄하는' 것이다. 또 문제해결력, 추상적 사고력 등도 포함됐다.
평가 결과 임신한 후엔 "전반적 인지기능과 기억력, 실행능력 등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상당한 폭' 떨어졌고 특히 임신 3기때 심했다.
이 정도라면 경우에 따라 진료예약을 해야 하거나 한 사실을 깜빡 잊는 등 사소한 수준의 건망증을 본인 또는 가까운 사람들이 눈치챌 수도 있으나 업무능력 저하 등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그러나 임신부들의 전반적 인지기능과 기억력이 '정상범위'에 있었고, 임신 전후에 기억력 등에 아무 변화를 느끼지 않는 사람도 상당수여서 인지기능 변화가 실생활에도 영향을 준다고 아직 결론지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임신부 건망증의 실체와 원인에 대해선 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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