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 추모세미나'…"시민이 오히려 유연한 사고"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 보수정권과 진보정권 모두 1970∼80년대의 흘러간 정치의식에 사로잡혀 가부장적 국가관을 탈피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주성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17일 보수성향 정책연구단체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이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위공 박세일 추모 세미나'에 참석, "보수정권은 '개발 권위주의'의 가부장적 국가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진보정권은 '집단 권위주의'의 가부장적 국가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개발시대의 시장개입주의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념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며 "촛불이 불타오른 탄핵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개발시대 시장개입주의를 대표하는 정경유착 혐의로 기소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지난 어느 때보다 이념 갈등이 심각해지고 시장경제도 위축될 것"이라며 "국정에 넓게 포진된 진보·민주적 인사들은 개발시대 정치인들보다도 더욱 완고한 가부장적 국가관에 젖어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촛불 민주주의로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국회가 주변화되지 않을까 싶고, 사람중심 경제정책은 북한 헌법에 나오는 용어라서 혹시 자유시장체제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여부를 놓고 시도한 공론조사와 관련해 "탈원전 정책을 슬쩍 끼워 넣은 졸속"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공론조사는 정치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최고의 정치 기제로 보이고, 앞으로 탈원전 사안을 다시 공론화위에 회부해 깊이 있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엘리트들은 절대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데 일반시민들이 오히려 유연한 사고력을 가지고 있는듯하다"며 "진보진영에서 (공론조사를) 운영해봤으니 보수진영에서 호응하면 정치적 갈등의 해결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민소득이 곧 3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개인의 존엄, 자유와 창의의 가치는 물론 배려와 포용의 공동체 가치도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는 이념투쟁으로 분열했고, 정부는 개발연대 방식의 규제와 통제로 시장의 활력을 숨 막히게 하고 개인의 자유를 옥죄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젊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과 통합을 위한 제도와 정책의 변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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