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지소굴'(쉿홀) 발언에 흑인의원의 분노가 폭발했다.
16일(현지시각) 미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장관이 문제의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듣지 못했다고 두둔하고 나서자 법사위 최초의 흑인의원인 민주당의 코리 부커 의원(뉴저지)이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닐슨 장관을 '공범'이라고 몰아붙였다.
닐슨 장관은 이날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민 문제를 논의하던 중 '거친 언어'를 사용했으나 집무실 내의 소음 때문에 일부 아프리카국들과 아이티를 쉿홀로 표현한 구체적 발언은 듣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부커 의원은 이에 대해 "어떻게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신의 최고 상관의 발언을 듣지 못할 수 있느냐"면서 자신도 여러 차례 백악관을 방문해 대통령의 발언을 들었지만 집무실에서 들은 발언은 몇 개월이 지나도 잊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부커 의원은 백악관의 최고 통치자가 수천만 미국인들의 출신지를 가장 비열하고 천박한 언어로 묘사했다면서 이러한 발언은 무지와 편견이 권력과 야합한 데 따른 것이며 이에 대한 닐슨 장관의 침묵과 기억상실은 공범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2020년 차기 민주당 대선 주자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히는 부커 의원은 자신이 같은 당 딕 더빈 의원으로부터 문제의 발언을 전해 듣고 분노와 함께 눈물이 솟구쳤다면서 책상을 두드리는 등 격한 감정 노출과 함께 닐슨 장관의 태도를 공박했다.
닐슨 장관은 이날 4시간여에 걸친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의 발언을 외부에 확인해 준 더빈 의원을 비롯해 부커 의원과 카말라 해리스 의원(민주, 캘리포니아) 등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부커 의원의 좌절은 정치와 언론 기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미국 흑인들이 트럼프 시대 들어 인종차별 문제에 가졌던 느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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