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참사 한달] ④ 4명 정원 소방차에 2명…진화작업은 고작 1명만

입력 2018-01-18 08:01   수정 2018-01-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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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참사 한달] ④ 4명 정원 소방차에 2명…진화작업은 고작 1명만
전국 소방관 법정기준보다 1만9천명 부족…인력·장비 보강 절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필요…관련 법률 1년 넘게 국회서 '낮잠'

(전국종합=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지난달 21일 오후 4시.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 구급차와 소방펌프차가 처음 도착했다.


그러나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거센 불길을 초기 진압할 소방관은 1명뿐이었다. 펌프차에 2명만 탑승해 있었던 상황에서 1명은 운전과 소방장비 조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급차 역시 소방 진압 인력이 아닌 구급대원 2명만 있었다.
소방펌프차 1대당 법정 인원은 4명이지만, 제천 소방센터는 인력이 부족해 평소 2명만 출동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런 문제는 제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국의 현장 소방인력 법정 기준은 5만1천714명이지만, 실제 인원은 3만2천460명에 불과하다. 현장 소방인력이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무려 37.2%(1만9천254명)나 부족하다.
재정 여건에 따라 자치단체의 소방인력 부족률이 큰 차이를 보인다. 부익부 빈익빈인 셈이다.
서울은 소방인력 부족률이 6.1%에 불과하지만, 도(道) 단위 자치단체는 46.1%에 달한다. 충북은 부족률이 51.4%로 법정인력을 절반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도시의 문제점은 더 심각해 소방관 1인 단독 근무지역이 전국에 59곳에 달한다. 소방서가 없는 자치단체도 33곳이 있다.


굴절차를 담당하는 소방관 A씨는 "펌프차에 2명, (법정 인원이 3명인) 굴절차에 1명만 탑승하는 현실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라며 "굴절차를 혼자 운전해 출동하니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며칠 전에도 현장에 출동했으나 다행히 불길이 크게 번지지 않아 별문제 없이 상황이 종료됐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한 상황에서 일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현장의 소방관들은 부족한 장비 개선도 바라고 있다.
제천 화재 당시 소방관들이 들고 있던 무전기는 무용지물이었다.
119 상황실에는 "2층에 많은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지만, 무전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정보가 현장에 공유되지 않았다. 결국 구조대원들은 분초를 다투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사람이 없는 지하실을 수색하느라 20명이 숨진 2층으로 진입할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전국 소방서가 보유한 무전기 2만5천939대 가운데 내구연한 7년을 초과한 노후 무전기가 37%(9천588대)다. 무전기 10대 가운데 4대가량이 수명을 넘겨 제천참사 때처럼 교신이 불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충북의 무전기 노후율이 58%를 넘는 것을 비롯해 시·도별로 편차도 크다.
소방관들이 화재 건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깜깜이 출동'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문제다.
소방청이 화재 현장에서 건물 정보 등을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섰으나 충북, 인천 등 8개 시·도는 아직 현장에 보급되지 않았다.
대형 화재가 발생해 인력·장비 부족, 지역별 편차가 지적될 때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자치단체가 충분한 인력·장비 확보를 위한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재정력에 따라 소방 예산도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소방행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최인창 단장은 "사비를 털어 안전 장갑을 구입하고, 현장에 진압 소방관이 1명만 출동하는 말도 안 되는 현재의 소방인력·장비로는 제2의 제천참사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방행정을 책임지는 자치단체가 인력 확충, 장비 보강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 등 대도시와 달리 재정 여건이 열악한 자치단체는 소방 예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2016년 7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일원화를 위해 소방공무원법 개정안 등 총 6개 법안으로 구성된 일명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률 개정안은 1년이 훌쩍 넘도록 심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제천참사를 통해 인접 지역 소방서와 공조하는 시스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됐다.
제천 화재 신고가 된 지 1시간 27분 뒤인 오후 5시 20분 충북 도내 모든 소방서에 출동 태세를 갖추는 화재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그러나 당시까지 제천과 인접한 강원도 영월소방서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근접 거리인데도 공조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한 소방관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고 소방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며 "정치권은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때만 전시용 관심을 보일 것이 아니라 법 개정과 예산 지원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bw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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